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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남산스퀘어' 5000억 매각 불공정 논란 '후폭풍'

입찰 과정서 특정 후보에 유리한 조건 "이지스운용, 최저가 쓰고 최고가로 낙찰"
"가격 수정 못한다더니" 탈락 업체들 반발…매도자측 "입찰가 조정은 정상적 절차"
전병윤 기자

국민연금이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보유한 서울 중구의 남산스퀘어


국민연금이 매물로 내놓은 남산스퀘어(옛 극동빌딩) 인수전이 불공정 시비에 휩싸이고 있다.

세 곳의 컨소시엄이 참여한 본입찰 과정에서 매도자 측이 특정 인수 후보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하기 위해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후폭풍이 거세지자 국민연금을 비롯한 매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산스퀘어 매각 주관사인 CBRE코리아와 신영에셋이 지난 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 입찰에 참여해 경쟁을 벌였던 복수의 투자회사로부터 불공정 거래 항의를 받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옛 극동건설 사옥인 남산스퀘어를 2009년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인수한 뒤 지난 8월 매각공고를 내며 10년 만에 매물로 내놓았다.

이후 대형 증권사·운용사를 비롯해 부동산신탁사·글로벌투자사 등이 6개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나섰는데 케이리츠투자운용, KB자산운용, GRE-NH투자증권을 제외한 '코레이트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한국토지신탁 컨소시엄', '이든자산운용-안젤로고든 컨소시엄', '이지스자산운용-KKR 컨소시엄' 세 곳이 지난달 중순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됐다.

매도자 측은 숏리스트로 선정한 세 곳을 대상으로 본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 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KKR 컨소시엄을 낙점했다.

하지만 본입찰 직후 잡음이 생겼다. 후보자가 본입찰에 적어낸 인수가격을 매도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정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본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이 매도자측과 인터뷰를 진행한 후 나홀로 가격을 올려 최고가 낙찰을 받은 셈이 됐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입찰가격은 거래를 결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을 제외한 나머지 입찰 업체는 입찰가를 조정할 수 없는 것으로 인지했다고 주장한다.

입찰가격을 적어낸 후 인터뷰 과정에서 소폭의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통상적이다. 매도자 측이 경쟁을 더욱 자극해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는 여지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거래는 본입찰 당시부터 입찰가격 제시는 1차로만 제한되고 인터뷰 과정에서 가격 조정에 대한 질문이 없었다.

또 인터뷰 이후 매각 주관사는 인수 후보자에 △이행보증금(일종의 계약금)에 대한 성격별(계약 불이행시 환불 가능 금액과 미환불 금액) 액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자산실사 및 잔금납입 등의 후속 일정을 기입해 회신토록 하면서 이를 제외한 다른 내용을 추가해서 보낸 경우 전체에 대해 무효처리된다는 점을 주의사항으로 강조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본입찰에 제시했던 가격을 수정하면 자격을 박탈당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입찰에 참여한 관계자는 "애초부터 입찰가격에 대한 조정이 가능했다면 매도자는 인터뷰 당시에 인수자를 대상으로 입찰가격을 더 올릴 수 있는지를 묻는 게 상식"이라며 "이행보증금과 자금 조달 계획만 얘기하고 입찰가격에 대한 수정 요구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만 입찰가격을 수백억원 상향 조정했다. 결국 본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은 최종 입찰가를 50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올려 최고가를 적어낸 덕분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초 입찰 안내문에도 매입의향서에 적은 매입금액 등 중요한 조건에 대해선 매도인의 서면 승인을 거치지 않으면 조정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었는데 이런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매각 주관사인 CBRE코리아 관계자는 "본입찰 이후 인터뷰도 공식적인 입찰 과정 중 하나이며 인터뷰 진행시 가격 조정에 대한 여지는 모두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이메일에 보낸 건 인터뷰 당시 이행보증금 등 다소 불명확한 내용을 재차 확인하려는 차원"이라며 "주의 문구 역시 인터뷰 종료 후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로 보내면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였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일정이 답보상태다. 불공정 거래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향후 법적 책임 가능성을 우려해 정상적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리츠 운용사와 입찰에 떨어진 코레이트자산운용이 같은 그룹사 계열사이기 때문에 (계열사를 지원하려고) 입장을 번복하는 등 이해상충 문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극동건설 사옥으로 쓰인 남산스퀘어는 외환위기를 맞아 맥쿼리은행에 넘어갔고 2009년 국민연금이 출자해 만든 리츠인 'NPS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 매수했다. 당시 3100억원에 인수했는데 국민연금은 이번 매각에 성공하면 1900억원대 매각 차익을 거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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