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주식 투심 받아줄 'BDC' 개업 분주
증권사 비상장사 투자 플랫폼 구축 선점 경쟁이수현 기자
[사진제공 = 뉴스1] |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장외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내놓은 기업성장투자기구(BDC)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BDC란 비상장 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킨 걸 말하는데, 이를 주도할 증권사가 내년 제도 시행에 맞춰 시장 선점을 위해 시스템 마련에 나서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업성장투자기구(BDC)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연내 목표로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금융위가 BDC 도입 방안을 밝힌 바 있는데 늦어도 내년 초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수 증권사가 제도에 대한 문의를 해왔고, 신속하게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도입 과정에서도 업계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DC는 일종의 비상장 전문 투자 펀드의 역할을 한다. 비상장기업 투자를 주목적으로 설립되고 거래소에 상장된 투자기구다. 공모된 자금을 성장 초기 단계의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금융사가 BDC를 설립할 수 있어 좋은 기업을 골라낼 수 있고, 상장됐기 때문에 주식처럼 쉽게 거래할 수 있다.
주요 투자대상은 △비상장기업과 코넥스 상장기업 △시가총액 2,000억원 이하의 코스닥 상장기업 △벤처기업 등에 투자를 이미 집행한 창업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 신기술투자조합 등 창업 벤처 사모투자펀드(PEF)의 지분 등이다. 전체 재산의 60% 이상은 주요 투자대상에 의무투자해야 한다.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과 벤처 등 성장 초기 단계에 있는 비상장기업 투자는 투자 정보가 부족해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인데 BDC를 통해 간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새로 생긴 것이다.
증권사들은 비상장기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유안타증권과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 등에서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사업에 진출했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지난해 2월부터 자체적인 거래 플랫폼을 출시했고, 삼성증권은 지난 8월 블록체인 기업 두나무, 빅데이터 스타트업 딥서치와 함께 플랫폼을 출시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코스콤과 KEB하나은행 등 6개 기관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비상장주식 플랫폼 출시에 참여했고, 이 플랫폼은 내년 1월 선보일 예정이다.
BDC 제도가 도입되면 개인투자자의 비상장기업에 대한 접근성이 한층 높아진다. 비상장 거래 플랫폼은 전체 비상장기업 거래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로 파악된다.
비상장기업 거래 플랫폼 외에도 증권사들은 비상장 기업 분석을 위한 인력을 늘리거나 전담팀을 꾸리는 등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SK증권 등 여러 증권사에서 BDC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비상장사 투자 시장 팽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BDC 제도 자체는 간접 투자이기 때문에 위험이 낮지만 본질적으로 스타트업 등 벤처투자 자체가 손실 가능성이 매우 크고, 가치평가도 어려운 영역이므로 투자와 투자자 모두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펀드기준가격 산정을 위한 가치평가와 공시 등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수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