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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팟과 쇼크'...다사다난 2019년 제약·바이오

토종 제약사,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대형 기술수출 성공
신라젠·헬릭스미스 등 일부 임상실패 좌절도…약가인하 규제 등도 본격화
소재현, 박미라 기자

2019년 제약·바이오 산업은 역동적인 한해를 보냈다. 신약개발과 해외진출이라는 제약산업 본연의 업무에서 성과를 내면서도 임상 실패 쇼크로 많은 파동이 일었다.

상반기에는 국내 제약산업의 진일보 성과로 대표된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가 구성액 변경으로 인한 허가 취소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불러와 섹터 전체가 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신라젠, 헬릭스미스, 비보존 등 바이오 회사들의 임상3상 실패가 겹쳤다. 관련주 주가도 곤두박질 쳤다. 다만, 유전자 검사와 관련한 DTC(Direct To Consumer) 규제 완화, 대형 기술수출, 해외시장 개척 등 굵직한 성과가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기도 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이 2019년 제약·바이오를 강타한 이슈는 무엇이 있었고, 어떠한 교훈을 남겼는지 살펴봤다.



① 뒤바뀐 핵심세포…허가취소까지 이어진 인보사

핵심세포가 뒤바뀐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사태'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악재의 시발점이나 다름없었다.

인보사는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하지만 인보사 주성분 중 하나인 2액이 허가 당시 게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가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허가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현재는 검찰이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 인보사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성분을 속인 혐의를 받는 코오롱생명과학 임상개발탐장 조모씨를 재판에 넘긴 데 이어 24일 이우석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검찰이 우선 조모 씨 신병을 확보한 만큼, 향후 인보사 관련 수사는 지시자와 책임자 규명을 가리기 위한 '윗선'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② 발암물질 'NDMA'…위장약 이어 당뇨약까지

국내 146만명이 넘는 환자들이 복용하는 위장약에서 지난 9월 발암우려물질 'NDMA'가 검출됐다. 관련 약들이 잠정 판매 중지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장약 '잔탁'으로 잘 알라젼 라니티딘 성분 위장약(269품목)에 이어 발암물질이 초과 검출된 니자티딘 성분이 함유된 위궤양·역류성 식도염 치료제(13품목)에 대해서도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

현재 라니티딘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 수는 총 144만명이며, 니자티딘 의약품은 2만2,000명의 환자가 복용 중이다. 두 성분 모두 위산과다, 속쓰림, 위·십이지장궤양, 역류성식도염 등을 치료하기 위한 약에 사용되고 있다.

위장약에 대한 발암공포가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당뇨병 치료제 성분 '메트포르민'에서도 NDMA가 검출됐다.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앞서 지난 4일 현지 시판된 46개 품목을 조사했는데, 이 중 3개 제품에서 발암우려물질 'NDMA'가 초과검출된 것이다.

발암물질이 검출된 의약품의 경우 현재는 수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내 당뇨병 환자의 80%가 메트포르민 성분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불순물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사전 안전관리 차원에서 관련 조사를 시행 중"이라며 "향후 발암우려물질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검사결과가 있다면 즉각 의·약사 등 보건전문가와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③ 실패 또 실패…바이오 임상 쇼크

2016년 상장 이후 무서운 상승곡선을 그리며 승승장구하던 바이오 업체 신라젠. 1만 3,000원으로 시작했던 주가는 지난 2017년 15만원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바이오 섹터 투자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대표 파이프라인인 펙사벡의 임상 3상 결과가 가까워질수록 주가는 내리막을 탔다. 올해 초 7만원대, 임상3상 결과 발표 직전이던 지난 7월 말 4만원대까지 내렸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임상3상이 미국 DMC(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로부터 '임상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주가는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는 등 폭락으로 이어졌다. 주요 임원들이 사전에 주식을 대량 매각한 일까지 겹치며 신라젠은 시장에서 뭇매를 맞았다.

9월에는 헬릭스미스가 임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헬릭스미스는 대표 파이프라인 VM202(상품명 엔젠시스)가 임상 과정에서 위약과 대조약이 혼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임상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헬릭스미스는 현재 임상 과정의 오류를 파악하기 위해 자체 조사단을 가동 중이다. 내년 1월 결과를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3월 30만원을 넘어섰던(무상증자 반영 전) 주가는 현재 8만 5,000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줄기세포 치료제 기업인 강스템바이오텍도 지난 10월 유의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급락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퓨어스템-AD의 임상 결과 1차 유효성 평가지표 중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퓨어스템-AD의 상업화를 위해 4주 간격으로 3회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2년 내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④ "의약품도 예외는 아니다"…No Japan 운동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시작된 No Japan 운동. 의약품 분야에서도 일본산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었다.

약사들이 불을 지폈다. 약사 유튜버인 '약쿠르트' 박승종 약사, '정 약사의 건강 나눔 블로그'의 정세운 약사 등 약사 출신 유투버가 약국에서 잘 모르고 살 수 있는 일본산 의약품을 소개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활성화됐다.

이후 약사단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북, 경남을 시작으로 15개 지역 약사회가 불매운동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또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인 '약준모'는 '노노재팬드럭'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일본산 의약품과 대체약품을 안내했다.

노노재팬드럭에는 알보칠(다케다제약), 카베진(코와), 화이투벤(다케다제약), 맨소래담(로토제약), 액티넘(다케다제약) 등 일반의약품을 비롯해 릭시아나(다이이찌산쿄제약), 하루날디(아스텔라스제약), 디쿠아스점안액(산텐제약) 등 전문의약품까지 소개하면서 일반인부터 의료계까지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약사들의 이같은 노력은 소비자 선택이 가능한 일반의약품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에는 별다른 영향은 주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⑤ 빗장 푸는 정부, DTC 업계 반색

의약품에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가 올해 빗장을 푼 대표적인 분야는 DTC(Direct to Consumer)가 꼽힌다. DTC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타액이나 혈액 등을 전달해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제1차 산업융합규제특례심의회를 개최하고 규제 샌드박스 업종 일환으로 DTC 유전자 분석 서비스에 실증 특례를 부여했다. 실증 특례란 상품이나 서비스의 안전성 등을 검증하기에 앞서 제한적으로 규제를 예외시키는 제도를 의미한다.

보건복지부도 힘을 보탰다. 산업부와는 별개로 DTC 시범사업을 결정했다. 기존 12개에 불과했던 검사항목과 46개 유전자를 확대해 유전자 제한 없이 57개 항목에 검사가 가능하다는게 골자다.

DTC 업계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한다"면서 "향후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대장암 등 12개 질환에 대해 DTC 검사를 허용하는 외국과 같이 활용범위가 넓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⑥ 제약·바이오 숙원 이뤘다…문턱 넘은 '첨생법'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또는 첨바법)'이 지난 8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2년간 수많은 논란을 낳았던 첨생법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첨생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첨단재생의료 범위를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등으로 명시하고, 이에 대한 안전성 확보 체계와 실용화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첨단 바이오의약품으로는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제제, 첨단융복합제제 등으로 정의가 내려졌다. 이에 대한 제품화 지원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제조허가에 있어 안전성 및 유효성 자료와 GMP자료 등을 제출토록 했으며, 장기추적 조사도 시행하도록 했다.

대체치료제가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 희귀질환, 그 밖의 난치질환 등을 가진 사람을 임상연구 대상으로 할 수 있으며,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심사 시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내년 8월 28일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첨생법이 희귀·난치 질환자에 대한 치료기회 제공, 재생의료 분야 발전, 국제적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⑦ 기술수출·해외진출…올해도 성과 올린 제약바이오

바이오업계 대형 악재 속에서도 경쟁력을 키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희망을 보여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2019 보건산업 성과 교류'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들이 4조 5,796억원 규모로 9건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특히 유한양행의 경우 최근 1년동안 4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하면서 계약규모만 약 4조원에 달했다.

바이오기업의 경우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브릿지바이오)가 지난 7월 특발성 폐섬유증(IPF) 신약물질 'BBT-877'을 다국적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11억달러(약 1조46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하는데 성공했다.

SK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기술수출에 이어 FDA 신약허가에도 성공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사에 5억 3,000만달러(약 6,000억원) 규모로 뇌전증 신약물질 '세노바메이트' 기술수출을 했다.

현재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수면장애신약 솔리암페톨(미국 제품명: 수노시)까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2종 보유하고 있다.



⑧ 복제약 규제·약가 손질…제약업계 한숨 늘어난다

지난해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에서 발암가능 물질(N-니트로소디메틸아민, NDMA)이 검출된 사건은 올해 정부의 '약가인하'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공동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의 제한이다.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은 복제약 출시에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다. 개별 회사들은 이 생동시험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시험을 공동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동일 복제약이 다수 탄생하게 됐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동생동 품목 허가 수를 1(원 제조사)+3(위탁제조사) 이내로 제한하고, 3년 경과 후 공동생동 제도 폐지를 결정했다. 2020년 하반기부터 1+3 규제가 시행되고, 2023년 하반기부터는 공동생동이 불가능해진다. 난립하는 복제약을 규제한다는 것이다.

또 복제약 약가제도 역시 개편된다. 의약품 성분별 일정 개수 내(20개)에서는 건강보험 등재 순서와 상관없이 자체 생물학적 동등시험을 실시(자체 생동),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자체 DMF, 원료의약품등록) 여부에 따라 복제약 약가를 산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과 자체 생동 등 2개 조건을 충족하면 현재와 같이 오리지널 약가의 53.55%를 받을 수 있고, 1개 만족 시 45.52%(53.55%의 85%), 0개 만족 시 38.69%(45.52%의 85%)로 단계마다 15%씩 약가가 삭감되는 구조다.

특히 의약품 성분별 20위 내에 포함되지 못하면 약가를 거의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되면서 제약사들의 복제약 정책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 될 것으로 전망된다.



⑨ 항암 효과 소식에 품절…귀한 몸 된 '개 구충제'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개 구충제 '펜벤다졸'의 항암효과 주장이 빠르게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펜벤다졸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해외 직구도 급증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강아지 구충제를 암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명을 내고 "펜벤다졸은 최근까지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없다"며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 등 상반된 보고도 있었다"고 경고했다.

40년간 사용된 안전한 약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식약처는 40년 이상 사용된 대상은 동물(개)이며, 사람에게는 처방해 사용한 적이 없고 사람이 사용할 때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같은 지적에도 개 구충제를 복용하려는 암 환자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으로 죽어가는 마당에 개 구충제 부작용이 두렵겠느냐"는 것이다. 이들이 구매하는 대상은 펜벤다졸뿐만 아니라 알벤다졸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제약업계가 임상시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한다.



⑩ 인공유방 보형물 이식 후 희귀암 발병…국내 첫 보고

희귀암 유발 가능성이 제기돼 회수된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 받은 환자 가운데 실제 희귀암 발병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환자가 이식받은 제품은 지난 7월 엘러간의 거친표면 인공유방보형물로 희귀 혈액암의 일종인 '유방 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과 연관됐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방 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은 면역체계와 관련된 희귀암의 한 종류로 유방암과는 별개 질환이다. 의심 증상으로는 장액종으로 인한 유방 크기 변화, 피막에 발생한 덩어리나 피부 발진 등이 있다.

식약처는 엘러간과 협의해 희귀 혈액암 확진 환자는 진료와 치료에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비급여를 포함한 환자 본인 부담금은 엘러간이 의료비용을 전액 보상하며, 교체용 인공유방 보형물도 엘러간이 평생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또 희귀 혈액암이 의심되면 초음파와 병리검사 등 정밀검사비를 엘러간이 1회당 1,000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20만원 내 지원할 예정이다.


소재현, 박미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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