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처럼 접어서 쓸 수 있는 디스플레이 소재 개발

화학연과 포항공대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폴리이미드 절연 소재가 적용된 유기 트랜지스터. 공동 연구진은 분자설계를 최적화해, 유연성·절연성·내열성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폴리이미드를 개발했다. 사진제공 화학연

국내 연구진이 종이처럼 접거나 구길 수 있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를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 김윤호 박사팀과 포항공대 정성준 교수팀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서 난제였던 트랜지스터용 유연·절연 소재를 개발하고, 제조공정을 단순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트랜지스터는 디스플레이 구동 소자로 켜지고 꺼지는 것을 조절하며, 전극·반도체·절연체로 구성된다. 현재는 무기물 기반 소재 트랜지스터가 디스플레이에 쓰인다.

그런데 디스플레이를 자유롭게 구부리거나 접으려면, 트랜지스터용 절연체에도 유연 소재를 써야 한다. 이에 다양한 고분자 후보물질이 제안됐다. 하지만 절연체 필수조건인 전류를 차단하는 절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동 연구진은 분자설계를 최적화해 절연성과 유연성, 내열성 삼박자를 동시에 갖춘 폴리이미드 기반의 유연·절연 소재를 개발했다.

절연성을 나타내는 누설전류밀도가 10-9A/㎠(암페어/제곱센티미터) 이하로, 기존 트랜지스터용 무기 절연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섭씨 350도 이상에서도 작동하는 우수한 내열성을 갖고 있어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공정에서도 충분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연구진은 제조공정도 단순화했다. 연구진은 폴리이미드 제조에 필수인 200℃ 이상의 고온 열처리 과정이 필요 없는 상온 용액공정을 새롭게 개발했다. 분자설계를 통해 용매에 녹을 수 있는 폴리이미드 소재를 개발해, 상온에서 용액 코팅공정 한 번으로 폴리이미드 절연 박막을 만들었다. 그 결과 유연·절연 폴리이미드를 트랜지스터 절연체에 적용해 종이처럼 접거나 구길 수 있는 유기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냈다.

김윤호 박사(왼쪽)와 박현진 박사가 폴리이미드 절연 소재를 적용한 유기 트랜지스터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사진제공 화학연

김윤호 박사는 “폴리이미드 절연 소재는 현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공정 환경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면서 “최근 인쇄공정 기반의 유연전자소자 개발에도 매우 적절한 절연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 나노분야 국제학술지인 ‘ACS 응용재료와 인터페이스’ 12월호에 게재됐다.


박응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