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스핀 반도체 발견, 스핀트로닉스 한계 극복하며 차세대 반도체 기대

유사스핀 반도체 특성을 발견한 흑린의 결정 구조. 사진제공 김근수 교수

국내 연구진이 검은 색을 띤 신소재 흑린에서 새로운 반도체 특성을 발견했다.

한국연구재단은 김근수 연세대 교수 연구진이 흑린에서 새로운 반도체 성질인 ‘유사스핀 반도체’를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유사스핀 반도체로 제품을 만들면 기존 반도체보다 더 적은 전력으로 더 우수한 성능을 낼 수 있다.

벌집 모양으로 원자가 배열되면 부분격자가 2개 생기는데, 이때 하나는 전자의 스핀처럼 업, 다른 하나는 다운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유사스핀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벌집 모양 물질이 그래핀이다. 그런데 그래핀은 유사스핀이 한 방향으로 정렬돼 있지 않아 이를 반도체처럼 유사스핀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근수 교수 연구진은 흑린처럼 벌집구조에 특정 방향으로 주름이 생기면 유사스핀이 한 방향으로 정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이 흑린에서 유사스핀을 측정한 결과 95% 이상이 한 방향으로 정렬해 있었다.

특히 연구진은 고온에서도 정렬 현상이 안정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도체는 작동할 때 온도가 크게 올라가는데, 흑린을 반도체로 활용할 경우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유사스핀 방향을 측정하기 위해 연구진은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했는데, 1주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밤낮없이 실험을 진행했다.

김근수 교수에 따르면 유사스핀은 기존 자성반도체를 활용한 스핀트로닉스보다 매력적이다. 스핀트로닉스는 자기장을 필요로 하고, 스핀 정렬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기술적 난제가 많다. 스핀트로닉스가 오랜 시간 차세대 반도체로 언급됐음에도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유사스핀 반도체는 스핀 정렬이 매우 안정적이다. 특히 고온에서도 안정적이어서, 스핀트로닉스가 지닌 많은 난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반도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연구진은 유사스핀 반도체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로 유사스핀 반도체를 이용해 유사스핀 거대자기저항효과 발견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근수 교수 연구진 사진. 사진제공 김근수 교수

김근수 교수는 “유사스핀 반도체는 자성 반도체에서 자성 대신 유사스핀을 이용하는 것과 같다”며 “자성반도체가 스핀트로닉스로 확장한 것처럼 유사스핀 반도체도 유사스핀트로닉스라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2월 4일 게재됐다.

박응서 머니투데이방송 MTN 선임기자 gopoong@m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