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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안받아" 극단적 슈퍼콘탱고...경기 영향, 주식 대응은?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 현실화..."슈퍼 콘탱고, 바닥 신호 불구 회복시간 필요"
원유ETN 롤오버 비용 불가피..."미국 우량주 투자가 대안"
이대호 기자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주식과 원유 관련 상품에 투자한 이들의 관심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밤, 국제유가 마이너스(-) 상황이 현실화 됐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원유보다 현금을 택한 것. 최근월물(5월)과 차근월물(6월) 가격 차이는 '슈퍼 콘탱고를 넘어 울트라 콘탱고'가 됐다. 이같은 콘탱고 현상이 유가 바닥 신호로 알려졌지만, 실제 의미 있는 반등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뉴욕 현지시간 20일 서부텍사스산원유 WTI 선물 5월물 가격이 '-37.63달러'로 마감됐다. 하루만에 -305.9% 대폭락한 것이다. '선물 만기 이벤트'가 반영된 탓이지만, 마이너스(-) 유가는 사상 처음이다.

5월물 만기(현지시간 21일)로 인해 곧 최근월물이 되는 6월물 WTI는 20.43달러로 18.38% 급락했다.




■ "기름 대신 돈"...원유 안 받겠다는 투자자들

선물 만기일에 투자자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3가지다.

▲실물(원유)을 인수하거나 ▲반대 포지션(매수 포지션일 경우 환매도) 매매로 포지션을 청산하거나 ▲최근월물을 팔고 차근월물을 사서 롤오버하는 방법 등이다. 실물 인수 외에는 모두 최근월물 매도 수요가 따른다.

이번 마이너스 유가 현상은 상당수 원유선물 투자자가 실물 인수를 포기했다는 의미다. 기존에도 원유선물 투자자는 대부분 실물 인수도가 아닌 차익거래 수요였지만, 이번에는 실물 인수 기피현상이 극대화 됐다는 분석이다. 롤오버를 포기한 5월물 대량 매도세가 겹치며 낙폭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 폭락 배경은 다양하다. ▲선물 만기일 영향 외에도 ▲실물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OPEC+ 감산 효과보다 클 것이라는 비관론 ▲미국의 원유 저장시설 한계가 머지 않았다는 분석 등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1일 스팟 코멘트 자료를 통해 "OPEC+ 감산 합의에도 불구한 단기 유가 불안정은 과도하게 높아진 수요 불확실성에 기인한다."며,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봉쇄(인적 이동제한, 물류 마비 등) 해제가 현실화돼야 OPEC+ 감산 실효성도 평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그 전까지는 불가피한 단기 유가 하방 압력이 합의에 동참하지 않은 산유국들, 특히 미국의 원유 생산 감축을 압박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슈퍼 콘탱고는 유가 바닥 신호?..."시간이 필요해"

슈퍼 콘탱고(Super Contango)가 유가 바닥 신호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시간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콘탱고란 미래 가격(차근월물)이 현재 가격(최근월물)보다 높게 형성된 상태를 말한다. 그 반대는 백워데이션이라 한다. 정상적인 경기 상황에서는 콘탱고가 일반적인 현상이다.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보관 비용 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1개월물 차이가 배럴당 10달러를 넘어 수십달러까지 차이나는 극단적인 슈퍼 콘탱고 현상은 전례 없는 일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비교 가능한' 슈퍼 콘탱고 사례는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9년이 유일하다. 당시 차근월물과 근월물 가격차는 배럴당 8달러 수준이었다. 현재와는 비교되지 않는 차이지만, 슈퍼 콘탱고로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례라는 설명이다.


이미지 = 메리츠종금증권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2009년에는 차근월물과 근월물의 가격차가 피크였던 시점이 WTI 바닥을 다지는 구간이었다."며, "다만 가격 회복 속도는 하락기에 비해 훨씬 완만하고, 회복 레벨도 낮았다."고 전했다.

하 연구원은 "2009년에는 바닥 다지는 기간이 1~2개월이었으며, 반등 폭도 제한적이었다."며, "같은 패턴이라면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파른 반등보다는 점진적인 회복에 무게가 실린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시장 참가자들 입장에서는 불안정한 수급 상황과 30~35% 밖에 남지 않은 상업용 석유 저장시설 캐파(미국 기준) 등을 감안하면 근월물보다는 원월물(최소 8월물 이상) 매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 연구원은 "5월물보다는 6월물 거래량이 이미 높아졌던 점, 6월물 가격이 배럴당 2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변동성은 롤오버 이후 점차 안정될 수 있다."며, "다만, 미국 유럽 내 경제 재개 여부(석유 수요 개선), 5월 1일부로 시행되는 OPEC+의 감산 이행까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실물경기 회복 없는 증시 랠리"..."마이너스 유가, 주식시장 영향 없을 것"

마이너스 국제유가와 슈퍼 콘탱고가 주식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짚어볼 필요도 있다. 즉, 현재의 증시 반등은 실물경기 회복을 동반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것이 우려스럽다는 지적과 하반기 회복을 반영한다면 수긍 가능하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하 연구원은 "현재 증시의 반등이 실물경기 회복을 동반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국제유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점을 통해 확인된다."며, "현재 증시 반등은 실물경기 회복보다 통화정책의 효과 때문일 수 있다."고 짚었다.

양적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신호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 연구원은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 등의 강력한 유동성 공급 조치는 향후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바로 유가 하락"이라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유가 현상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식시장은 6개월 이후의 경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목할 부분은 5월물은 사상 초유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6월물이 21달러, 7월물이 27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나, 8월물이 29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9월물은 30달러, 이후 각 월물간 스프레드는 1달러 미만을 기록해 안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서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이 7월까지 이어질 수 있으나, 경제 재개가 현실화되면 8월 이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단기적으로 원유 시장이 붕괴돼 우려가 확산될 수 있으나, 3분기 이후 경제 재개로 원유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 원유 관련 투자는? "ETN 말고 유가 연관 美 우량주"

원유 관련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ETF, ETN의 경우 슈퍼 콘탱고 상황에서 롤오버 비용(최근월물 매도, 차근월물 매수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석유시장은 4월 중 최악을 지나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석유 수요의 회복 속도는 감소 속도만큼 가파르지 않을 것이며, 특히 항공유 수요 회복은 상당히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심 연구원은 "2분기 내내 콘탱고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원유 선물 ETF/ETN 투자자에게는 그만큼의 롤오버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투자자는 그만큼의 이득을 향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20일 보고서를 통해 "원유 파생상품(ETF, ETN, DLS 등)의 가격 괴리와 롤오버 비용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라면, 원유 가격에 대한 베타가 큰 미국 우량주를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S&P 500 구성 종목 가운데 ▲과거 10년간 유가와의 베타(상관계수)가 1 이상이고, ▲2020년 예상 순부채/EIBTDA 비율이 100% 미만인 종목을 꼽았다. Technip FMC(FTI.US)과 National Oilwell Varco(NOV. US)를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유가 상승을 기대할 경우 베팅해볼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

Technip FMC(FTI.US)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기준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 수주잔고만 243억 달러인데, 시가총액은 36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점 ▲2020년 순현금 3.7억 달러, 배당수익률 6.4%가량 기대된다는 점을 꼽았다.

National Oilwell Varco(NOV. US)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Completions and Prodcution Solutions 사업부에서 약 13억달러, Rig Technologies 사업부에서 약 31억달러의 수주잔고를 가지고 있으며(시총 45억달러) ▲2020년 예상 순부채는 약 3.4억 달러로 예상 EBITDA의 72.2%에 불과해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는 점 ▲2020년 배당수익률이 1.7%라는 점 등을 들었다.



이대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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