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모유 수유가 산모 당뇨병 예방하는 효과 밝혀

모유 수유가 당뇨병을 예방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그림. 사진제공=KAIST

아기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 주는 모유 수유가 엄마의 당뇨병 발생을 막으며 돕는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KAIST 김하일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장학철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공동연구진이 모유 수유가 산모 췌장에 있는 베타세포를 건강하게 만들어 출산 뒤 발생하는 당뇨병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지금까지 전체에서 10%가 넘는 산모가 임신성 당뇨병에 걸렸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출산한 뒤 당뇨병이 생겼다. 이 비율은 평균 출산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더 증가하고 있다.

당뇨병은 보통 심혈관과 뇌혈관, 신경, 망막 질병처럼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여성 건강과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구진은 임신성 당뇨병 산모 174명이 출산한 뒤 3년 넘게 추적하며 데이터를 모았다. 그리고 이를 분석했더니 모유 수유를 한 산모는 그렇지 않은 산모에 비해 베타세포 기능이 좋아지고, 혈당 수치도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모유 수유가 당뇨병을 억제하는 원리도 알아냈다. 모유 수유가 산모 건강에 도움 주는 생리학적 원리를 밝힌 최초 연구다.

모유를 수유하는 산모는 뇌하수체에서 모유 생산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프로락틴을 활발하게 내보낸다. 이 프로락틴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자극해 세로토닌 합성을 유도한다. 이 세로토닌이 베타세포 양을 늘려, 활성산소를 제거하며 산모의 베타세포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 이렇게 건강해진 베타세포가 당뇨병을 억제했다.

연구를 이끈 김하일 교수는 “모유 수유로 베타세포 기능이 향상되면서 당뇨병 발병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며 “모유 수유 효과는 장기간 지속돼 수유 후에도 당뇨병을 예방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온라인에 30일(한국시간)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