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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금요외식회]"어디까지 가나 보자"…영역 넓히는 '구독 경제' 시장

-제과 업계의 '구독 서비스'…롯데제과의 월간 시리즈
-구독 경제의 메카 편의점의 구독상품까지
김소현 기자

매월 2일은 '언택트 세탁소' 결제 날, 25일은 커피 원두 결제하는 날, 매년 5월과 11월은 짐을 맡아주는 서비스 결제하는 날. 자취생의 시간은 정기결제로 흘러간다.

신문에서 멈출 줄 알았던 시장이 점점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정 금액을 내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가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유통 서비스 '구독경제'의 범위 확장이 무서울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다. OTT 업계가 구독경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고 구독 서비스를 맛본 소비자들은 서슴지 않고 '구독'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장도 확장하고 있다. 패션과 무형 서비스 업계를 넘어 최근에는 식음료·유통에서도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등장했다.

구독 서비스는 이제 더는 새로운 것이 아닌, 하나의 마케팅으로 자리 잡았다.

구독 서비스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월 단위 요금을 지불하고 매월 이용하는 '멤버십형', 월 구독료를 지불하고 계약 기간 상품을 대여하고 반납하는 '렌털형', 정해진 일정에 따라 정기적으로 상품을 배송받는 '정기배송형'으로 구분된다.

식품·유통업계는 이 가운데 멤버십형과 정기배송형으로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내가 뭘 샀는지 나도 모른다…롯데제과의 '월간 시리즈'

제과업계에서 가장 먼저 구독 서비스를 내놓은 건 롯데제과.

롯데제과는 지난해 6월 만원 남짓에 열 개 가량 되는 상품으로 구성된 월간 과자로 '과자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한 달에 한 번 상품을 보내주는 정기배송 형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일 년간 진행된 '월간 과자'는 매회 인기가 급상승했다.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상품이 '블라인드'라는 점. 내가 무엇을 샀는지 얼마나 샀는지 알지 못한다. 뽑기와 다름없다.

혹자는 "돈을 주고 굳이 '복불복'을 소비해야 하느냐" 하지만 상품은 나름대로 롯데제과의 자신감을 담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6월 첫 출시했던 '월간 과자'의 구성품/사진=김소현 기자


소비자들이 월간 과자를 받기 전 공개되는 과자의 라인업을 훑어보면, 롯데제과의 '기본템'과 '신제품'이 담겨있다. 신제품 호불호에 대한 위험성을 소비층 두꺼운 '기본템'으로 완화하는 상품 구성이다.

또 누군가는 대형마트나 동네슈퍼에서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같은 과자를 구매할 수 있는데 굳이 '월간 과자'를 구매해야 하는가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월간 과자 기본구성, 만원 남짓의 가격에는 상품 자체의 가격도 포함됐겠지만, 소비자의 유희 비용도 들어가 있을 것이다.

구성에 대해 모두 아는 것보다 마치 선물처럼 어떤 구성일지 기대하며 상자를 여는 기대 자체를 소비자가 구매하고 있다.

'월간 과자'의 또 다른 버전으로 등장한 것이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 '월간 아이스'.

사실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월간 과자'의 핫한 반응에 지난해 7월, 롯데제과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로 '월간 나뚜루'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월 2만 6400원의 부담스러운 가격에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조기 종료됐다.

롯데제과가 선보인 '월간 아이스'의 구성/사진=김소현 기자

그렇게 프리미엄에서 벗어나 롯데제과의 기본 아이스크림을 받아볼 수 있는 '월간 아이스'를 다시 선보였다. 월 1만 4900원의 합리적인 가격에 12개의 상품이 담겼다. 롯데제과의 기본템 '월드콘', '죠스바'부터 신제품 '월드콘 까마로사 딸기', 만우절 기획상품 '메론먹은 죠스바'까지.

신제품을 찾아다니는 '얼리어답터' 소비자에게 완벽한 상품임이 틀림없다.

여기에 나뚜루 제품 제품까지 포함돼 더 다채로운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

지난해 호기심에 '월간 과자'를 3개월간 구독하고 매달 넘쳐나는 과자들로 주체할 수 없었다. 다양한 과자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운 상품이었지만 자취생이나 1인 가구에는 열 개 남짓의 상품 수가 부담스러웠다.

과자를 좋아하고 '월간 과자'에 꽤 만족했음에도 3개월 뒤 더는 추가 구독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 있다.

'월간 아이스'도 호기심에 구독해보았지만, 여전히 1인 가구, 자취생에게는 부담스러운 용량이다.

하지만 3인 이상의 가구나 자녀가 있는 집안이라면 롯데제과의 '월간 시리즈'가 굉장히 매력적인 상품임이 틀림없다.

과자나 아이스크림도 받아보고 상자를 열어보는 기쁨까지. 롯데 제과는 단순히 상품만 전달하는 구독 서비스가 아니라 경험과 유희를 전달하는 서비스라고 보아도 충분할 듯하다.

■편의점은 '구독경제' 메카…멤버십형으로 가격 부담도↓

독립해서 서울로 올라와 살게 된 지 n 년째. 집을 구할 때 꼭 보는 것이 있다면 '슬세권(슬리퍼와 세권(勢圈)의 합성어로 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이르는 신조어)'에 편의점이 있는지 여부였다.

자취생에게 편의점은 '필요악'이라고. 돈을 아끼기에는 '악한 존재'이지만 자취생의 생활에 뺄 수 없는 게 편의점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편의점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근거리 소비 거점이 된 편의점은 다양한 구독 상품까지 선보이며 늘어난 소비자들을 가두기 위한 '미끼'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그 미끼를 물기 시작했다.

커피·도시락·생수 등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인 편의점 브랜드 'CU'는 이달 현재 '구독 쿠폰 서비스'의 월평균 이용자 수가 지난해 11월 서비스 도입 초기보다 167.9% 증가했다. 특히 전체 구독 서비스 중 즉석 원두커피 'GET 커피' 이용률이 31.1%로 가장 높았다.

CU는 이에 더 다양한 구독 상품을 내놓았다.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멤버십형'으로 다양한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고객을 세분화해 '키즈달콤', '키즈튼튼', '건강에너지' 등 테마에 따라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멤버십 쿠폰을 출시한 것이다.

놀라운 점은 구독료가 단돈 1000원. 이 가격이면 속는 셈 치고 가입 해봄 직하다.
bgf리테일의 'CU'에서 선착순으로 판매한 구독상품. 한달에 천 원이면 일부 제품을 반 값에 살 수 있다./사진=CU의 공식 앱 갈무리

'초코송이'를 반값 할인을 받기 위해 '키즈달콤' 멤버십을 구매했다.

한 달 1000원을 내고 초코송이를 다섯 번 반값에 살 수 있다니. 어린이들을 위한 간식 제품이라지만 초코송이를 좋아하는 어른이에게도 유혹적인 상품이었다.

이외에도 CU에는 탄산수 구독 쿠폰, 생수 구독 쿠폰 등 실용적인 구독 서비스가 많았다. 무엇보다 이미 지불한 가격 내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꾸역꾸역 사용할 필요 없이 월 멤버십 금액만 내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업계 입장에서는 구독상품이 미끼 상품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생수나 초코송이를 구매하면서 다른 상품도 겸사겸사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구독 서비스…대형 유통·식품사뿐만 아니라 중소 카페에서도 '구독'

구독 경제는 더 이상 대형 식품·유통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에는 가맹사업을 하지 않는 커피전문점이나 베이커리 전문점에서도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빈브라더스는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구독서비스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원두의 특징을 상세하게 설명해 소비자가 원하는 원두를 고를 수 있게 했다. 향이 중요해 보관 기간이 짧은 원두의 특성에 따라 로스팅한 지 3일 이내 원두가 배송된다.

커피전문점을 가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날짜에 맞춰 신선하고 풍미 가득한 커피를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식빵맛집 '도제식빵'의 구독 서비스/사진=도제식품 스마트스토어 갈무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식빵 맛집 '도제식빵'도 식빵 정기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3만 6000원에서 4만원을 지급하면 기간을 정해 4회 식빵을 받아볼 수 있다.

구독상품을 선보인 업체는 소비자를 자신의 상품 소비계층으로 가두는 '잠금 효과'를 볼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자신이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소비자들은 유의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가 있다면 과감하게 구독을 해지할 것.

대체로 '언젠간 쓰겠지'의 언젠가는 잘 오지 않는다.


김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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