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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서] '스타벅스'에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

윤석진 기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이 나라의 백 년을 좌우할 큰 계획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하지 못했습니다. 교사 한 명이 학생 여러명에게 같은 내용을 수업하는 방식은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마차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뀌고 편지가 SNS로 바뀌는 동안 교실은 성역처럼 남아 네모 반듯한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달라질 조짐이 보입니다. 코로나19와 챗GPT 덕분입니다. 학교가 가지 않아도, 선생님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은 교육 혁명 사례를 짚어보기 위해 '교실밖에서'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사진제공=뉴스1

'스타벅스'에 자주 간다. 그곳에 가면 취재의 물꼬가 트이고 막혔던 첫 문장이 트인다. 왜 일까. 스벅(스타벅스의 줄임말)에는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는 샐리가 있다. (명찰에 그렇게 쓰여있다.) 그녀는 항상 과장된 솔 톤으로 내 우스꽝스러운 닉네임을 불러준다. 널찍한 테이블 간격, 잔잔한 카페 음악, 오래 있어도 눈치 주지 않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높은 층고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동네 스벅은 두 개 층을 합쳐 놓은 것 마냥 천장이 높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은 날이면 안에서 연을 날려보고 싶을 정도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높은 층고가 막힌 사고를 뚫어 주는 '뮤즈'인 건 확실하다. 내 느낌이 아니라, 연구 결과로 드러난 사실이다.

미국 미네소타대 경영학과 조앤 마이어스레비 교수는 천장 높이가 인간의 창의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을 했다. 천장 높이가 각각 2.4m(미터), 2.7m, 3m인 세 건물에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창의적인 문제와 집중력이 필요한 단순 문제를 풀게 했다.

실험 결과, 높이 3m 방 안에서 문제를 풀 때 천장이 낮은 건물에서 문제를 풀 때보다 창의적인 문제를 두 배 이상 더 잘 풀었다. 2.4m 높이에선 창의적인 문제 보다 집중력이 필요한 문제를 더 잘 푼 것으로 나타났다.

살고 있는 아파트 층고를 재봤다. 거실이 2.45m, 서재방이 2.4m이다. 고작 5cm 차이지만 체감상 그 차이는 엄청났다. 스벅은 2.8m다. 이게 정해진 기준은 아니다. 입점하는 상가마다 다르긴 하지만, 메뉴 보드를 걸려면 그 정도 높이 이상을 확보해야 한단다. 서재방 보다 거실이, 거실보다 스벅이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된다.

좀 더 올라가 보자. 층고 하면 호텔을 빼놓을 수 없다. 5성급 호텔 객실 층고는 2.9~3.3m 정도로, 웬만한 브랜드 커피숍과 맞먹는다. 로비 층고는 그보다 몇 배 더 높다. 마카오 하얏트 호텔 로비는 22m로 꼬마 빌딩 한채가 들어올 정도로 넉넉하다. 성당도 높이로는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명동성당은 23m,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은 45m에 육박한다. 고민거리가 있다면 성당으로 뛰어가야 한다. 창의적 사고 회로가 열리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들이 높이 경쟁을 하는 동안, 우리의 학교는 2.6m 기준을 유지해왔다. 교육부 지침이 그렇기 때문이다. 아파트 보단 높지만, 다른 여러 시설과 비교하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3m 아래에서 보낸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1.5m 높이의 셔틀버스에 몸을 싣고 2.5m 상가 학원에서 몇 시간을 공부한다. 하늘 볼 시간이 없다는 아이들의 말은 마음의 여유가 없음을 비유한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는 뜻이다.

높은 게 그렇게 좋은 거면 야외 수업을 하면 되지 않느냐, 고 되물을 수 있다. 아예 옥탑방 평상에 앉아서 공부하거나. 그러나 실제로 야외에서 공부해 보면, 날씨와 소음 같은 변수에 부딪힌다. 시선을 주변에 빼앗기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져 교사가 지도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성당처럼 천장을 확 높이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그 높이 만큼이나 냉난방 에너지 비용도 확 올라가기 때문이다. 애초에 천장을 높이면 쌓을 수 있는 층수가 제한돼 경제성이 떨어진다. 여기서도 소음 문제가 발생한다. 조금 떠들어도 말소리가 뒤섞여 소음이 배가 된다. 천장이 높다면 울림 소리가 더해져 합창하기엔 좋겠지만, 학교는 성가대원 양성소가 아니다. 교실 높이를 무작정 높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너무 높거나 낮지 않은 높이. 소크 연구소를 참고해 보면 어떨까. 소아마비 백신을 최초로 개발한 조너스 소크 박사는 유명 건축 설계사인 루이스 칸에게 1950년 당시 연구소 설립을 의뢰했다. 소크 박사는 보통 천장 높이보다 더 높은, 3m짜리 천장을 부탁했다고 한다. 당대 연구소 중 최고로 높은 건축물이었다. 그 덕분인지 소크 연구소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다섯 명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실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단순 암기와 문제 풀이 보다 창의적 사고가 중요한 시기, 이러한 변화는 환영할 만 하다. 지난 2021년에 지어진 서울 영등포구 신길중학교는 교실 층고가 3.6m에 이른다. 교실 외벽으로 유리 통창을 써 개방감을 높였다. 교육부는 내년까지 2835동을 이러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로 전환하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다양한 창의적 공간과 디지털 기반 스마트 교실을 활용해 미래형 교육체계로 전환해 나간다는 취지다. 카페나 호텔보다 더 가고 싶은 학교, 창의성을 불러 일으키는 뮤즈 같은 교실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윤석진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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