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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폭탄..기업 옥죄고 개인 괴롭히고

이대호 이지영 강효진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계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최근 무섭게 상승하고 있는 환율,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원화와 관련해 기업의 한숨, 개인들의 우려, 그리고 정책방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담아봤습니다.



△ 기업, 환차손 폭탄. 환손실 >버는 돈.. 직원 해고에 문 닫을 상황

구로디지털산업단지에서 의류 수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조정희 대표((주)에이원 어패럴)는 환율 급등 소식에 한숨만 나옵니다.

올해 1월에 가입한 키코 즉 통화옵션상품 때문에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 조정희 / 에이원 어패럴 대표
"한 달에 천만원도 못버는 회사가 2천만원씩 물어내고 어떻게 유지를 하겠어요 못하지..전 그게 너무 억울한 거에요..."

통화옵션상품인 키코는 기업들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막기 위한 상품입니다. 조대표도 환율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이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자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습니다.

조대표가 키코에 가입할 때 약정한 환율은 950원. 은행은 환율이 달러당 900원으로 떨어지더라도 가입자가 950원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줬습니다.

그러나 환율이 오름세를 타면서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환율이 990원 이상으로 오르면 조 대표는 은행에 환차손을 물어줘야 합니다. 현재 환율을 1090원으로 가정하면 이번 달에만 2천800만원을 은행에 갚아줘야 합니다.

조 대표는 경영이 어려워지자 직원의 절반을 해고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대로라면 또다시 직원들 임금을 주지 못할 상황입니다.

인터뷰 - 조정희 / (주)에이원 어패럴 대표
"환차손 아니라도 어렵고 힘들어서 빚이 자꾸 늘어가는데 환차손의 이런 상품인 줄 알지를 못했다. 어렵게 꾸려나가는데..이게 자꾸 문제가 되니까..."

판매 부진과 원자재 비용 상승에 고환율에 따른 손실까지 떠안아야 하는 삼중고에 놓인 상탭니다.

인터뷰 - 중소기업체 대표
"자기들 상관 안하죠..
좋은 상품이라고 팔아 놓고 기업들에게 족쇄를 채워 놓고 결국은 늪에다 빠트리는 것이 은행이니까 그런 현실이에요."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도 많이 줄어든 상탭니다. 수입 물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판매 축소 때문에 들어오는 돈보다는 나가는 돈이 훨씬 많습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수입물가가 많이 올라 경상수지는 1분기 52억 천만 달러 적자에 이어 2분기에도 1억 3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 김태환 / 중소기업중앙회 국제통상부장

"환율이 오르면 기업이 환차익으로 인해 이익을 볼 것이라고 하는 막연한 기대를 정부 쪽에서는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현실적으로 기업은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이익을 보진 않습니다.
환율이 올라가면서 바이어들이 모든 상황이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감에 따라 가격 인하 요구를 하게 됩니다. 결국은 가격이 깎이게 되구요 환율이 상승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그대로 다 포기가 됩니다."

환율은 천 80원대마저 돌파하면서 1100원선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고유가와 고물가에 이어 고환율에 기업들의 주름살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해외유학생 해외여행객 환율급등에 피멍

아내와 자녀 두 명을 싱가포르에 보낸 회사원 42살 김현준 씨.

김 씨는 자녀들을 처음 보냈을 때보다 싱가포르 달러가 25% 정도나 올라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 김현준 / 42세 회사원
"1년 반 전에 집사람하고 아이 둘을 싱가포르에 보냈습니다. 그 당시에는 싱가포르 달러가 620원이었는데 지금은 770원 정도 해서 한 25% 정도 환율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그 상승분만큼 저희한테 부담이 되는 거죠."

유학이나 해외연수 같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 사람은 물론 짧은 기간 해외여행을 생각했던 사람들도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기간 같은 장소를 선택해도 들어가는 돈이 불어나다 보니 부담을 이기지 못해 계획했던 해외여행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인터뷰 - A 여행사 관계자
"아무래도 가서 쓰는 돈을 여기서 환전해 가는데 환율이 시시각각 변하다 보니까 자유여행객들은 조금씩 영향을 받죠."

8월 26일 현재 매매기준 환율은 1,089원이지만 달러화를 은행에서 살 때는 1,108원이 넘었습니다. 이 때문에 달러화가 대량으로 필요한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달러 암거래 상을 찾기도 합니다.

인터뷰 - 달러 암거래 상
"(백 달러에) 10만 9천원. 하루하루 다르잖아 미친 듯이 마냥 오르잖아."

만 달러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는 1,108만 원이 들지만 암거래 상을 이용하면 1,090만 원으로 20만원 가까이 아낄 수 있습니다.

환율이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암시장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환율의 가파른 오름세는 물가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습니다.

환율상승이 일시적이라면 몰라도 1,100원에 근접한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할 경우 원자재 수입비용이 늘어 제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전화 인터뷰 - A 밀가루 제조 업체 관계자
"환율만 놓고 본다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텐데 원맥 가격만 안 오른다면 일단은 추가적인 가격인상은 지금으로써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연내 1,100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밀가루를 비롯해 최근 들어 대외변수에 잔뜩 민감해진 품목은 걱정거리가 또 하나 생긴 셈입니다.

전화 인터뷰 - B 밀가루 제조업체 관계자
"저희 같은 경우는 원맥과 해상운임, 그리고 환율에 따라 수시로 조정이 되는데 과거에는 인상폭 자체가 소폭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원맥 가격 자체가 급등하는 바람에 조정폭이 좀 있었고 변동이 자주 있었던 편인데 과거에는 수년간 변동이 없었습니다. 최근에 변동이 많이 커졌죠."

치솟는 물가에 이미 겁을 먹은 소비자는 높은 환율이 곧 물가를 더욱 더 밀어 올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 홍애련 / 과천 중앙동
"걱정되죠. 애들 교육비랑 생활비랑 다 걱정이 너무 많이 듭니다. 올라도 살아야겠죠. 아껴 쓰는 수밖에 없죠. 덜 쓰고 안 사고 돈을 아끼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는 방법은... 살아야 되기 때문에..."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진 상황에서 높은 환율이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락가락 환율정책 신뢰회복이 급선무

환율이 급등한데는 그동안 오락가락했던 환율정책 탓이 큽니다.

올해 초 이명박 정부는 물가를 우선시하는 한국은행과 묘한 힘겨루기를 벌이며 고환율 정책을 폈습니다.

수출을 늘리고, 경상 수지 적자규모를 줄여, 물가 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유가 등 원자재 값 상승과 더불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주원인이 됐고, 곧이어 각종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껏 올려놓은 환율을 다시 끌어내리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풀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장의 흐름과 반대로 가는 정책이 실행되면서, 물가와 성장 가운데 어느 한 가지도 잡지 못하고 외환 보유고만 낭비한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달러 부족에 따른 환율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외국인들이 주식과 채권을 꾸준히 팔아치우고 있고, 정유사의 결제 수요도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단기 외채 비중이 높아지는 등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말 현재 1년 미만의 단기 외채 비율은 전체 외화 대출의 반 정도를 차지합니다(42.8%)

유동외채 즉, 단기 외채와 만기가 1년이 남지 않은 장기 외채의 비율도 2006년 55.1%에서 3월 말 현재 81.6%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환율이 1100원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 정미영 / 삼성선물 팀장
"올 하반기 수출이 감소 예상, 겨울철 원유 수입 늘어나기 때문에 외화 수급상황이 나아지기 힘들다. 9월 외화 유동성 위기설이 잘 넘어갈 수 있느냐 여부 맞물린 것을 감안하면 1100원대 환율 가능성 열어둬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정부의 정책은 강제로 시장을 이끌어 가려하기 보다는 시장의 흐름에 맞추는 쪽에 초점을 둬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의 환율 급등은 그동안 당국의 인위적인 관리에 대한 반대 심리가 작용한 면도 컸습니다.

인터뷰 -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국제 유가 떨어지는 모습 보이고 있다. 앞으로 물가가 잡히는 시그널이 나타난다면 환율을 통해 물가를 잡는 불편한 상황은 지속 안해도 되지 않나."

또한 외화부문의 종합적인 자금 조달 여력과 차입조건들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외환시장을 상시적으로 점검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관성 있는 외환 정책을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환율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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