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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 구제금융 왜 반대했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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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7000억달러 구제금융안이 예상치 못했던 의회의 큰 반대에 부딪힌 것에 대해 시장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미 의회는 그동안 "월가 금융회사와 그 경영진은 납세자가 아닌 투기꾼"이라며 그들의 실책을 국민들이 세금으로 떠안아야 하는 것에 대해 큰 반발감을 표시해왔는데 29일 표결을 통해 이런 생각이 단순한 정치 제스처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부분 찬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당의 표가 갈렸던 이유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했다. 민주당은 구제금융법안에 140명 의원이 찬성을, 95명의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전문가들은 먼저 민주당은 공화당과 달리 이념의 스펙트럼이 훨씬 다양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남부 지역구 의원들이 민주와 공화 양당의 성향을 가진 중도주의자들인데 비해 도시 지역 의원들은 보다 자유주의적인 성향이 짙다. 기업에 대한 성향에 있어서도 일부는 친기업적이지만 일부는 친노동자적인 성향이 강하다.

친노동자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은 일반 국민의 돈으로 부자들을 지원해 주는 계획에 섣불리 찬성해 줄 수 없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캐롤 쉬어 포터 뉴햄프셔 민주당 의원은 "부시 정부는 의회에 입법권 포기를 강요하고 7000억달러짜리 백지 수표를 써 주길 요구했고 의회는 '노'라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가 일선 의원들을 구제금융법안에 찬성하라고 독려하기 보다 개개 의원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에 치우쳤던 것도 부결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부시 정부의 실책을 적극적으로 포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원 다수당이 민주당인 상황에서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여론을 조성하지 않은 가운데 공화당도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해, 구제금융안은 결국 부모 잃은 미아 신세가 돼 버렸다.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한 데도 여러가지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오는 11월 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구제금융법안에 섣불리 찬성하는 것이 이득이 될게 없다는 정치적인 계산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임기가 2년인 미국 하원은 올해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선거가 실시돼 원을 재구성하게 돼 있다.

특히 재선이 불투명한 공화당 의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법안에 반대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또 구제금융법안이 실제로 시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을 건드리지도 못했다는 비판 역시 반대로 돌아선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시장에서는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증권 가치가 시장 가치대로 평가되는 현재 회계 시스템의 모순이 거론된다. 하지만 구제법안에는 회계 기준 변경을 고려하겠다는 정도로만 언급돼 실효가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공화당 미셸 배치맨 의원은 서둘러 구제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좀 시간을 두고 생각해야 할 때"라면서 "7000억달러 구제안을 무조건 국민 얼굴에 들이밀기 전에 숙고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지역구 은행들에서 쏟아져 나온 불만도 의식했다. 지역 은행들은 미국 정부가 머니마켓펀드(MMF) 투자자들을 정부가 보호해 주겠다고 발표한 것이 지역 은행들의 예금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재선을 앞둔 공화당 의원들이 굳이 레임덕에 빠진 부시 정부 편에 서기 보다는 지역 은행과 민심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 공화당 의원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 보증 한도를 높여준다면 구제안 통과에 대한 공화당의 찬성을 더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또 정부가 7000억달러 규모만 마련했지 이 돈이 어떻게 어디에 쓰일 것인지 정하지 않은 것이 최대 실책이라는 입장이다.

공화당 에릭 캔터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은 보다 투명한 계획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 돈이 어떻게 쓰일지를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이 당에 관계 없이 구제법안에 회의적인 가장 큰 이유는 이 방안이 결국 곤궁에 빠진 국민들을 구제하기 보다 월가 금융회사들을 구제하는데 그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화당 엘리자 커밍스 의원은 "의원들은 지역구를 위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표결로 행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언론들은 구제금융 부결의 최대 피해자는 공화당 매케인 후보와 민주당 하원 의원들이라고 분석했다.

덴버주의 한 여론 조사 담당자는 "이런 상황에서 매케인이 '나를 믿고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매케인이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켓워치도 통과될 걸로 믿었던 구제안이 부결됨에 따라 매케인의 대권 도전은 더욱 힘겨워졌다고 분석했다. 매케인은 지난주 백악관을 방문하고 오바마의 첫 번째 TV 토론 등을 치르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공화당 주요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법안 지지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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