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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먼데이는 총체적 불신의 결과"

금융 불안+경기 우려, 산업 전체에 공포 먹구름
엄성원 기자

미국 정부가 7000억불 구제금융을 준비한 이유는 사경을 헤매는 금융시장 신뢰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되고 처음 열린 월요일(6일) 전세계 주식시장은 구제금융안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보여줬다.

◇ 구제금융= too little, too late

마침내 미국이 투자자 신뢰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전세계 경제를 침체 우려에서 구원하기에는 '너무 적고 너무 늦었다'는 반응 일색이다.

3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최종 재가한 구제금융법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다. 이날 고작 구제금융 집행을 담당할 '금융안정 보좌관'에 골드만삭스 출신의 닐 캐시캐리 국제경제 비서관이 임명됐을 뿐이다.

이를 인식,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 부시 대통령까지 나섰지만 시장 혼란을 막진 못했다.

우선 FRB는 단기 유동성 공급 규모를 기존의 2배인 9000억달러로 늘리고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인 연준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 은행권에 유동성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자는 기준금리보다 0.1%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해 지급한다.

재무부는 FRB와 긴밀히 협력, 신용경색 해결을 위한 추가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부시 대통령은 "금융권 신뢰 회복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보다 확실한 것은 내가 서명한 법안(구제금융법안)이 문제 해결을 위한 큰 걸음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여지없이 '블랙먼데이'를 연출했다.

다우지수는 4년만에 1만선을 내주며 급락했다. 6일 뉴욕 증시 다우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69.88포인트(3.58%) 급락한 9955.50으로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1만 아래로 마감한 것은 2004년 10월26일 이후 근 4년만에 처음이다.

장중 800포인트까지 밀리며 9600까지도 내주는 '붕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으나 장 마감을 앞두고 '바닥'을 노린 매수세가 형성되면서 낙폭은 크게 줄었다.

S&P500 지수도 42.34포인트(3.85%) 무너진 1056.89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84.43포인트(4.34%) 떨어진 1862.96으로 거래를 마쳤다.

◇ 금융에서 산업 전체로 공포 전이

이날 뉴욕 증시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금융주뿐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매도세가 우세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시카고대 비지니스대학원의 재정경제학 교수 아닐 카시야프는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예금이 예치된 은행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팽배해 있다"며 "금융 시스템 전반은 물론 대형 금융사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카시야프 교수는 특히 일반적인 위기 인식이 '대출 중단'에서 보다 공포스런 '산업 전반의 지불 불능'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 1년간 한때 월가를 대표했던 대형 금융사들이 몰락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5대 투자은행(IB) 중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는 사라졌고 메릴린치는 헐값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됐다. 워싱턴뮤추얼은 파산했고 와코비아는 씨티그룹이나 웰스파고 둘 중 한곳에 매각될 예정이다. AIG는 정부 수혈로 연명하고 있고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사실상 국유화됐다.

◇ 유동성↓실업↑소비↓ '침체 나선'

더 큰 문제는 월스트리트의 신용경색이 매인스트리트로 전이됐다는 점이다. 은행권의 유동성 부족은 이제 주택, 자동차, 학자금 대출은 물론 신용카드 대출 또는 소액 단기 대출마저 얼어붙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의 단절은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며 '9개월 연속 실업 증가' 등으로 고용시장을 악화시키고 있다. 고용시장 불안은 소비 위축으로 직결된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나라다.

이에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한 전세계 공동의 금리 인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하가 상황 반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은 크지 않다.

뉴욕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빗 와이스는 "글로벌 금리 인하가 절실하다고 생각하지만 (금리 인하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FRB가 조만간 현재 2%인 기준금리를 1%로 100bp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용카드 대출, 홈에퀴티론 등에 적용되는 최저대출금리(현행 5%)도 꾸준히 내릴 공산이 크다.

◇ 금리 인하도 소용없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출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은행들의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아르거스리서치의 이코노미스트 리처드 야마로네는 패닉(공황)의 정도가 FRB나 재무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며 "(금리 인하도) 소용없다면 시장은 더한 불안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 자문을 역임한 롭 샤피로는 또 유럽의 위험을 경고했다. 샤피로는 유럽 역시 최소 미국 수준의 위기를 겪을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동반 위기가 실물 경제 치명타를 날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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