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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300원 돌파' 웃어넘겼는데…

한은 "분명한 불균형 '1대1' 조치 취할 것"
임동욱 기자

#1. 최근 강남지역의 투자자 K씨는 금융회사 직원으로부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은 쉽게 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환율은 1200원대를 막 돌파한 시점이었다. K씨는 '설마 1300원까지 돌파하겠냐'며 웃어 넘겼다. 그는 최근 달러를 투자목적으로 매입한 주변의 투자자들을 보면 속이 쓰리다. 이제 시장에서 들리는 소문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2. 거액 자산가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프라이빗뱅커(PB) S씨는 최근 며칠간 고객들의 달러매도 주문을 받았다. 평균 1000원대 초반에 매입했던 달러화가 1200원을 뛰어넘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날 환율이 1300원이 넘자 그는 '이제 (달러를) 팔지 말자'며 고객들을 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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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이후 원/달러 환율 추이.
최근 정부와 한국은행이 '가용외환보유액은 여유로운 수준'이라며 외환시장에 '경고'를 보내고 있음에도, 7일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를 단숨에 돌파했다. 당국의 '메시지'가 시장에서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정부조치보다 시장의 심리가 더 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을 정도다.

지난 9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396억7000만달러로, 지난 3월 이후 6개월간 245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이는 상당부분 당국이 환율안정을 목적으로 외환시장에 쏟아부은 '총탄'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환율은 계속 올랐다.

그럼에도 외환당국은 아직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으로 외환시장에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의 자금을 투입해 안정시킬 것"이라며 "필요시 외환 현물시장에도 외환보유액을 통해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은도 "실제 필요와 관계없이 사들여 오른 달러가치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현재 외환보유액은 IMF기준에 따라 가용보유액만을 인정하고 있고, 현재 외환보유액은 지정학적 위험 등을 감안할 때 여유로운 수준"이라고 뒤를 받혔다.

이처럼 당국이 외환시장에 직설화법으로 '경고'를 보내고 있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계속 '고'(Go)를 외치는 판국이다. 과거 주요 당국자의 말 한마디에 즉각 반응을 보이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이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계속 개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며 "당국의 영향력이 시장에서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현재 외환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은 관계자는 "과거 부동산시장과 비슷한 모습이 외환시장에 나타나고 있다"며 "심리적 패닉과 함께 달러 수요·공급의 독점현상에 따른 '마찰적 불균형 상태'"라고 진단했다.

달러의 독점공급원인 미국이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면서 달러 공급이 부족해 졌고,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큰 손인 은행과 대기업 등이 보유외환 포지션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달러를 더 사들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시각이다.

이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에 진입하는 것은 과거 원화 고평가 상태의 재조정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이보다 200원가량 높은 1300원대는 '불균형 상태'임에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급이 한쪽으로 편중된 상황에서는 '1대1'로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을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불필요한 국내 달러수요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매매주체들에 대한 뾰족한 강제수단이 없는 현 상황에서 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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