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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런, 개인보다 기관이 더 문제”

기업,금융사 등 환매 움직임…사모펀드 9월중 3000억 순매도
임상연 기자

금융시장 불안으로 ‘펀드런’(대량 환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개인보다는 증시 큰손인 기관투자가의 자금이탈이 더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신용경색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금융회사와 기업, 그리고 주가 폭락으로 로스컷(손절매) 상황에 놓인 연기금이 펀드나 주식 청산에 나설 경우 ‘주가 하락->증시 불안 증폭->개인 대량 환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사장들이 지난 7일 긴급회의를 개최해 “연기금 등 대형 기관들이 환매 청구를 자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요청한 것도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 같은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8월말 현재 펀드 판매잔고는 354조1814억원. 이중 기관투자가 비중은 44.38%(157조1977억원)에 달한다. 또 기관투자가의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40%(306조원)가 넘는 상태다.

기관 유동성 확보 위해 펀드 청산

펀드런 우려와 관련,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개인도 문제지만 더 시급한 쪽은 환율 급등과 신용경색으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기관투자가”라며 “개인들은 IMF이후 몇 차례 학습효과와 적립식 투자 효과로 인내심을 키웠지만 자금난에 빠진 기관투자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발 신용경색으로 시중에 돈이 안 돌면서 자금난을 호소하는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 자금사정 실사지수(BSI)는 지난 4월 84에서 7월 76, 9월 73로 크게 하락했다. 국내외 경기 부진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며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돈맥 역할을 해야 할 금융회사들도 최근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달러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해외자산 매각, 고금리 외화예금통장 출시 등을 통해 달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리먼 파산이후 단기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증권사들도 보유 유가증권 매각, 자산 담보 대출 등 현금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A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금화가 쉬운 펀드나 주식을 우선 처분할 수 밖에 없다”며 “과거에도 그랬고 최근에도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법인과 금융기관 등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신용경색이 심화된 지난 9월 한 달간 3083억원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올 들어 처음으로 월별 순매도(-3083억원)를 기록한 것이다.

또 지난달 2조7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펀드의 주식 매도물량 중에는 기관투자가의 몫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연기금 로스컷도 잠재 폭탄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연기금의 로스컷(손절매)도 ‘펀드런’의 불안 요인으로 꼽고 있다. 연기금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투자 손실율이 15%-20%일 경우 로스컷에 나서는 것이 보통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최근 증시가 1300선이 무너지면서 연기금 보유 주식 중 상당부분이 로스컷 범위에 들어왔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상반기 동안 연기금은 2조4361억원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이후 증시는 20% 가까이 급락한 탓이다. 더욱이 연기금은 3분기에도 주식을 계속 사들인 상태라 증시 하락에 따른 로스컷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기금 매매동향과 증시 하락세를 감안하면 로스컷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라며 “그동안 시장을 지탱해오던 연기금이 현 상황에서 로스컷에 나설 경우 증시 충격은 엄청날 것”이라고 밝혔다.

장인환 사장은 “증시 큰손인 기관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청산에 나서면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돼 개인의 ‘펀드런’을 자극할 수 있다”며 “업계가 공동으로 대형기관의 청산 자제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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