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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도 권위상실… 64년 세계 금융경찰 끝?

달러중심 세계 경제체제 흔들… 주중 워싱턴 회의서 새 체제 나올수도
이규창 기자

전세계가 금융 위기로 들끓으며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이 분산하지만, 정작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사태'라는 단어가 더 친숙할만큼 한국에서 IMF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존재였다. 반세기 이상 세계 금융의 경찰관 역할을 해왔던 그들이 대공황이후 최악이라는 이번 사태에서는 왜 보이지 않는 것일까. 해답은 두 기관의 설립 기반이던 미 달러 중심의 브레튼우즈체제가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브레튼우즈'와 함께 뒷전으로

IMF와 세계은행은 1944년 44개국이 합의한 브레튼우즈 체제의 부산물로 설립된 기관이다. 2차대전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또 다른 '경제공황'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국제경제의 자유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합의한 브레튼우즈 협정은 달러 중심의 태환 체제를 탄생시켰다.

언제든 달러를 금으로 바꿔준다던 약속은 베트남전쟁, 무역적자로 시달리던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71년 '닉슨쇼크'로 불리는 불태환을 선언하면서 깨졌고, 이후 각국의 환협정에 따르는 '킹스턴체제'로 바뀌게 됐다.

킹스턴체제에서도 달러는 세계경제의 중요한 결제수단 역할을 했다. 각국은 외환시장 안정에 협력하는 '일반적 의무'를 지고 이들의 실행여부를 감시하는 IMF의 권한은 여전했지만 최근 금융시장의 혼란은 '제2의 닉슨쇼크'라 부를만큼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달러 중심 체제를 떠받쳤던 '강대한 미국'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는 마당에 보조 역할인 IMF, 세계은행의 권한과 역할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텔레그라프는 8일 "64년전 설계된 시스템은 현재 세계적인 위기를 일으킨 21세기 금융의 어렵고 복잡한 현안들을 해결하기엔 불완전하다"며 "IMF와 세계은행을 비롯한 어떤 기관도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경찰관 역할을 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무제한 예금자보호를 실시한 독일을 비롯한 유럽 등 G8국가들의 경제정책은 이제는 잊혀질 법한 구시대 유물에 가깝고 금융기관과 각국 경제는 서로 살아남기에 급급해 골육상쟁을 벌이는 양상이라고 텔레그라프는 전했다.

◇21세기형 '브레튼우즈' 절실…워싱턴 회의가 '관건'
사실상 대주주인 미국의 의도에 좌우돼왔던 IMF와 세계은행이 글로벌 경제에서 통제력을 상실해가면서,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경제체제의 출범이 절실해지는 현실이다. 그나마 골격을 유지해왔던 브레튼우즈 체제에 사실상 사형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피터 만델슨 전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글로벌 경제를 통제할 만한 기관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며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브레튼우즈' 협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고든 브라운 총리도 "글로벌 경제규제의 재편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이번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각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의 IMFㆍ세계은행 연례 회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2의 닉슨 쇼크' 못지않은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텔레그라프는 "이번 회의의 큰 이슈는 금융위기를 방지할 세계경제의 새로운 '경찰관'을 세울 적절한 시점이냐는 것"이라며 "우선 은행과 금융기관의 리스크 수준을 관리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젤2' 협약,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기존의 규제 가이드라인으로는 현재의 금융위기를 예측하거나 막을 수 없었다. 금융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좀더 새롭고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달러와 유로 모두 크게 흔들리며 국제통화의 안정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텔레그라프는 "비록 늦었지만 세계금융을 감독할 수 있는 새로운 협정이 제 때 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몇 주 내에 '빅 딜'이 이뤄졌다는 소식을 듣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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