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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1탄-우량가치주 담을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

[이채원과 압구정 교주, 스톡홀리스트의 세밑 회동上]
유일한 MTN 기자

제도권에서 가치투자 전도사로 통하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과 재야의 가치투자 고수로 이름을 얻은 압구정동 교주(본명 조문원, 이하 교주)가 만났습니다.
 
국내 최대의 가치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이 부사장을 꼭 한번 보고 싶다며 교주(敎株)가 먼저 만남을 원했습니다. 교주의 30년 넘는 주식 투자 경력과 지독한 가치투자 고집을 소개하자 이 부사장도 어서 만나고 싶다고 했고, 첫 만남은 일사천리로 성사됐습니다.

외환위기 때보다 주가폭락의 충격이 컸다는 올해를 이대로 보내면 안된다는 의기투합인지 두 가치투자 달인은 그렇게 만났습니다.

30일 오후 4시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17층에 있는 이 부사장의 사무실.

이 부사장을 만나자 교주가 다소 뜸을 들이며 명함을 꺼냈습니다. 함부로 내밀지 않는 명함엔 '로데오 투자클럽'이라는 내공이 묻어나는 글자가 적혀있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명함이었습니다.

유례없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코스피는 10월 대폭락했고, 이 과정에서 평소 약세장에서 잘 버텨주던 우량가치주들도 속절없이 추락했습니다. 이 부사장도, 교주도 무시할 수 없는 손실을 입었습니다.

쉽게 잊을 수 없는 지난 날을 뒤로 하고 둘은 내년을 머리에 담고 있었습니다. 이 부사장은 찾아온 손님을 배려하는 듯 말을 아꼈고, 교주는 원하던 만남이어선지 많은 기억과 경험 등을 쏟아냈습니다.

황소의 기운이 새해에 대차게 뻗어나가길 기원하며 두 고수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전합니다. 10살 가까운 나이 차이였지만 사랑하는 주식이 같아선지 시종일관 이심전심의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조:(옛날을 회상하며) 유명한 분을 만나니 반갑습니다. 제가 기업 탐방을 나가면 동원에서(이 부사장은 동원증권 동원투신에서부터 이름을 날림) 왔다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땐 저평가 기업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그러고보니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가치투자자가 많아졌습니다. 다시말해 기회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몇 배씩 오르는 주식을 찾기가 어려워졌죠.

조:저는 야인입니다. 본능적으로 살아남는 법을 배운 셈이죠.

이:제가 많이 배워야하겠습니다. 제도권에는 생각만큼 고수들이 많지 않지 않습니다.

조: 처음 가치투자를 할 땐 실수도 있었습니다. 초심을 유지하기 어렵더군요. 그러다 마음을 바꾸게 됐고, 주식이 가장 안전하다는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사는 집을 빼면 주식에 100% 올인입니다.

이:워런 버핏 같은 투자의 대가들 역시 가장 우량한 주식을 발굴하고, 최상의 주식을 찾으면 100% 올인합니다. 그렇게 해야 큰 부자가 되는가 봅니다.

조:지금도 턱없이 시장대비 저평가(교주는 항상 '시장대비 저평가'를 강조한다)된 주식이 많습니다. 회사를 세워 50, 60년 키워온 오너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노하우가 있겠죠. 그런데 그 기업을 창업할 때보다 더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이를 알고 주식을 사지 못한다면 투자를 접어야죠.

이:네, 동감합니다. 올해 폭락으로 기업가치에 비해 절대 저평가된 기업이 늘어난 것은 분명합니다.

조:저평가된 주식이 있고, 그걸 갖고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언젠가는 창업을 하자는 지인이 있었는데 "그러지 말고 그 돈을 모아 상장된 저평가 기업을 사면 헐값에 기업을 창업하는 셈이 된다"고 설득한 적이 있습니다. 쉽지 않더군요. 우리나라 주주들은 주식을 사면서 '이 회사가 내 회사다'라는 느낌을 갖지 못합니다. 이러다보니 말과 실제 행동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죠. 싸다는 것은 알면서 사지 못하는 겁니다. 처음엔 싸다 생각해서 매입했는데, 시간이 지나 주가가 빠지면 회의감에 젖어 쉽게 매각하는 오류도 많습니다. 오너와 일반 투자자의 생각은 너무 다릅니다.

이:맞습니다. 주변에서 머리속 생각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봅니다. 특히 증시 변동성이 높을 때 대부분 투자자들은 이성을 버리고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점에서 교주는 이 부사장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를 던집니다)
조:부사장은 이제 자금력이 되는 것 같은데, 왜 저평가 가치주를 대거 사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과거 외국인들이 롯데칠성이나 태광산업을 사는데, 유통주식수를 다 말리는 접근를 취했고, 주가는 엄청 올랐습니다.
대부분 저평가 가치주는 대주주 지분이 절반을 넘습니다. 투자자가 씨를 말려 주가가 급등해도 대주주는 주식을 팔지 않을 겁니다.

이:우량기업의 대주주는 주가가 급등해도 잘 팔지 않습니다. 롯데의 신격호 회장이 자기주식을 판 예가 없죠. 다만 우리 펀드는 공모입니다.
공모펀드는 아시겠지만 한 개 기업의 지분 10%를 넘지 못합니다. 더 사고 싶어도 못사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여러 펀드를 동원해도 최대 20%를 넘지 못합니다. 미래에셋도 단일 종목 지분 20%를 넘지 못합니다.

(이 부사장은 그러면서 자신이 99년 롯데칠성을 18.4%까지 매입해 단일 최대주주가 됐던 일, 기업설명회를 사실상 무시하는 인색한 기업들을 찾아가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현금 많고 땅 많은 기업들은 아쉬운 게 없어선지 애써 찾아가는 자신을 홀대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상당수 기업들은 상장기업임을 망각하고 있는 게 현실이 아닐지요. 이야기는 이제 본격적인 가치투자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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