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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부질없는 일, 무리하지 않는 베팅이 열쇠

[김지민의 상식을 깨는 투자]
김지민 뉴턴투자자문 대표

작년 여름에 종합주가지수가 1500을 지키고 있을 즈음 희망적인 분석 하나가 나왔다. 모 금융기관의 애널리스트 왈, 연말 이전에 ‘2000 돌파’가 전망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장은 그로부터 불과 얼마 후 급전직하로 추락했다. 그 사람 아직 거기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실수로 작년이 아니라 올해 연말을 잘못 말한 것은 아닌지 물어 보고 싶다. 그리고 1년 늘어져도 좋으니 어쨌든 그 약속 꼭 지켜만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최근에는 일군의 낙관파가 1/4 분기 중 ‘1천4백 돌파’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경우도 거의 그 무렵에 시장이 1200을 못 지키고 반락했다. ‘어두운 곳에 빛’을 자처하고 나선 그 애국지사들의 면면이 무척 궁금하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물어 보고 싶다. 이제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혹시 시간이 부족하지나 않을지. 2/4 분기로 연기되는 한이 있어도 그 선을 반드시 넘기기는 넘길 것인지.

지난 2~30년간 그렇게 많은 돈을 까먹고도 아직 우리 투자자들은 ‘예측’에 귀가 솔깃하다. 미래가 불안하기도 하고, 또 언제 본전 되려나 조바심도 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예측은 배짱 좋고 무책임한 이들이 그냥 툭 뱉는 말로서 절대 귀기울여 들으면 안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령 예측이 7~80% 맞는 최고의 전문가가 있다고 치자. 이 경우 그의 말대로만 사고 팔면 금세 부자가 되고, 계속 그의 입만 주시하고 있으면 무한대로 돈을 벌 수 있다.
 
반대로 적중률이 2~30%밖에 안 되는 지극히 실력 없는 투자자가 있다 치자. 이 경우도 밥 사 주고 커피 사 주며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니면 금방 부자 된다. 왜냐하면 그가 사라 할 때 팔고 그가 팔아라 할 때 사면 적중률이 거꾸로 7~80%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틀리든 맞든 이 ‘예측’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꾸준히 버는’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잠시 큰 돈 번 사람은 있을지언정 꾸준히 큰 돈 만들어 가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예측’은 투자에 있어 완전히 무의미한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인간은 50% 이상 맞힐 수도 틀릴 수도 없다는 뜻인데, 과연 어떻게 돈을 벌어라는 말인가? 다음의 예를 보면 실마리가 잡힐 것이다.. 암울한 우리 시장에도 언젠가 봄이 오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때에도 오르는 종목은 오르되, 내리는 종목은 또 내릴 것이다. 하지만 때가 봄인 만큼 상승의 힘이 하락의 힘을 크게 능가할 것이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상황설정이 가능할 것인데, 이 때에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각자 한번 보자.

1. 상승은 향후 12개월간 지속되며, 나는 1천만 원으로 투자를 시작한다.
2. 매달 첫 날 주식 한 종목을 사고, 그 달 말에 그것을 팔아 현금화한다.
3. 매달 선택하는 그 주식에는 내가 가진 현금 중 항상 ‘일정한 비율’을 베팅한다.
4. 어떤 주식이든 그 한 달에 확률 반반으로 +200%, 또는 ‘-100%(깡통)’ 등락한다.

자, 이런 일이 실제로 닥친다면 2번의 ‘일정한 비율’을 여러분은 어떻게 가져 가겠는가? 간단히 말해, 동전 던지기 게임에서 상금은 두 배, 벌금은 한 배인 셈이다. 10%, 25%, 50%, 75%, 90%, 이렇게 다섯 개의 보기 중 답을 한 개만 찍어 보자.

경험상 대체로 2/3가 50%를 택한다. 이 경우 12개월 후의 손익은 제로다. 왜냐하면 처음에 50%, 즉 5백만원 투자하여 200% 벌면 1천만 원이 불어나 현금이 2천만 원 된다. 하지만 다음 달에 이 돈의 50%인 1천만 원을 베팅하여 깡통이 되면 도로 1천만원 남는다. 이렇게 12개월을 반복하면 결국 손익은 제자리걸음이다. 이제 25%의 경우를 보면 첫 달에 성공하면 250만원 투자해서 500만원을 번다. 따라서 현금이 1천5백만 원이 되는데, 다음 달엔 이 돈의 25%인 375만원을 투자한다. 만일 이 때 손실을 본다면 돈이 1천125만 원 남는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불려 가면 12개월 후의 잔고는 2천27만원이다. 10% 베팅의 경우도 끝에 가면 돈이 1천587만원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75%나 90% 베팅은 거의 남는 돈이 없다.

예측은 답이 아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미래는 절대 모른다’는 믿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투자에 있어 승부는 대개 ‘베팅’하는 요령에서 난다. 아무리 유리한 게임도, 아무리 상승이 눈에 보이는 주식도, 무리하게 베팅하면 망한다. 급해도 둘러가는 자가 결국 이긴다.

시카고 하이드팍에서, 김지민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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