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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의 격발점, 통화유통속도 V

[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지난해 이후 세계적으로 꽁꽁 얼어 붙었던 경기가 해빙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악은 지났다, 하반기에는 경기가 반환점을 돌 것이라는 낙관적 진단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슬슬 출구전략이라는 말을 각국 정부가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수직 하락했던 경기를 응급 소생시키기 위해 쏟아 부었던 돈을 언제 걷어 들일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겁니다. 기운을 다시 차리기 시작한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풀린 돈이 물가를 자극하기 전에 돈의 물꼬를 조이는 게 이제 각국 정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이 과잉 유동성이라는 문제에 대해 시청자 여러 분과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돈과 경제의 관계를 한 눈에 보여 주는 방정식이 있습니다.

M(통화량)* V(돈의 유통속도) = P(가격)* Q(실질 GDP)

복잡해 보이지만 내용은 단순합니다.
오른 쪽부터 보시지요. 가격*실질 GDP는 생산된 제품의 양에 가격을 곱한 것이니까 우리 경제의 일 년 생산량을 현재 가격으로 평가한 경상 GDP입니다. 우리 경제의 한 해 소득이지요.
 
그런데 돈은 사람 손을 옮겨 다니며 소득을 만들어 냅니다. 예컨대 제가 지갑에 있는 30만 원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외식을 했다고 해 보겠습니다. 돈은 30만 원 밖에 없지만 제 소득 30만원이 외식 후 식당 주인의 소득이 되니까 두 사람 소득 60만 원을 만들어 낸 것이지요. 같은 돈이 돌면서 여러 사람의 소득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이것을 나타낸 것이 왼쪽의 식 M(통화량)* V(돈의 유통속도)입니다.
 
자, 이 식을 염두에 두시고 이번 경제위기를 생각해 보시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금융기관들이 부실화되면서 신용시장이 크게 경색됐습니다. 금융기관들이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빌려 준 돈을 회수하려고 하고, 가지고 있는 돈은 아예 빌려 주지 않으려 하는 현상이 본격화됐습니다. 시중에 돈 줄이 막혀 멀쩡한 기업도 넘어갈 판이었습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 통화의 유통 속도 V가 뚝 떨어지면서 디플레로 경제가 큰 일 날 상황이 된 겁니다. 그래서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량 M을 대폭 늘리는 비상대책을 쓴 것이죠. 그래야 국내 총생산이 무너지는 걸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겁니다.
 
비상 조치로 돈이 경제에 쏟아져 나오자 결국은 이 뭉칫돈이 물가 급등의 화근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을 들여다 보면 아직 물가를 걱정하는 건 시기상조입니다. 지난 주말에 열린 G8 재무장관 회담에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현 경기에 내린 진단,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Italy G8 Wrapup>
9. SOUNDBITE (English) Timothy Geithner, US Treasury Secretary:
"These early signs of improvement are encouraging, but the global economy is still operating well below potential, and we still face very acute challenges. Growth, therefore, should remain the principal focus of policy among the G-8 and among the G-20 economies. We need to reinforce the improvement in global demand and continue to lay a foundation for a durable economic recovery. It is too early to shift towards policy restraint."
 
경기 회복 조짐은 고무적이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잠재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등 도전이 많다. 성장에 초점을 맞춘 G8과 G20의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 경기부양을 확대하고 지속적 회복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긴축정책으로 선회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를 같이 보시겠습니다. 한국은행이 찍어 내는 돈을 본원통화라고 하는 데요. 올 들어 매달 일 년 전보다 20~30%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도는 돈의 양을 나타내는 광의의 유동성 지표 M2는 증가율이 10% 초반에 그치고 있습니다. 아직 정상적으로 돈이 돌고 있지 않은 겁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중 돈의 유통속도는 0.687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까지 0.7 이상을 유지했지만 1분기에 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제동이 걸린 겁니다.
 
정리해드리면 돈이 돌지 않아 한국은행이 돈을 많이 찍어 내는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아직 시중의 돈맥경화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다시 앞에서 말씀 드린 출구전략입니다. 그럼 언제쯤 한국은행을 포함해 각국의 중앙은행이 돈줄을 조이기 시작할까요?
 
답은 돈의 유통속도에 달려 있습니다. 돈이 안 돌아 돈을 헬리콥터로 뿌린 만큼 통화 유통속도가 정상화돼 돈이 제대로 돌기 시작하면 통화 환수에 나서는 게 수순입니다. 그대로 두면 이번엔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의 악몽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청자 여러 분, 앞으로 돈의 유통 속도를 유념해보시면 앞으로의 경기와 정책을 내다보고 자산 운용전략을 짜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통 속도가 높아지면 통화량이 줄면서 금리가 오르는 게 정해진 순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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