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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낙관론 펴던 정부, 세수확보 비상

이대호 앵커 기자

- 9.4% 늘 것이라던 부가세 1.5% 증가 그쳐
- 관세 ‘1조원’ 덜 걷힐 듯...FTA발효에 수입까지 줄어
- ‘낙관론’ 지적에도 재정부는 성장률 4.5% 전제 밀어붙여

경기가 나빠지면서 세수 확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 둔화, 기업 실적 악화, 교역 부진 등으로 올해 국세 수입이 예산상 잡아놓은 205조 8천억원에 못 미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당초 경제 성장률을 4.5%로 낙관하고 세입예산을 잡은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일 MTN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세청, 관세청 등에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실과 함께 세입 관련 자료를 입수한 결과 정부가 올해 징수한 세수가 당초 전망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 둔화되며 부가세 징수 크게 부진

국세 총액 가운데 27%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큰 부가가치세는 5월까지 25조 2,718억원이 걷혔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난 금액이다. 겉으로는 세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당초 추계한 부가세수 증가율에는 크게 못 미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부가세수를 56조 8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조 9천억원, 9.4%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부가세 증가 규모 2조 8천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그만큼 세수를 추계할 당시 올해 소비가 좋아져 부가세가 많이 걷힐 것으로 자신했다는 뜻이다.

물론 6월 이후 세수가 늘면 목표치를 채울 수 있지만 올해 소비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2.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0년 4.4%에 비해 크게 부진하고, 2011년 2.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소득세 8.3% 증가 내다봤지만 2.1% 증가 그쳐

당초 재정부는 올해 소득세를 45조 8천억원 걷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년 전보다 3조 5천억원, 약 8.3%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소득세는 5월까지 19조 3,813억원 걷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세는 근로소득뿐만 아니라 종합소득, 사업소득, 양도소득, 이자·배당소득 등이 포함된다. 임금 인상률이 마이너스로 가는 일이 거의 없고, 올해 취업자 증가세가 양호하다는 점에서 근로소득세수는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기준 협약임금인상률은 5.2%고, 상반기 취업자는 전년동기대비 44만 9천명 증가했다.

문제는 사업소득과 양도소득이다. 법인세와 성격이 비슷한 사업소득세의 경우 소비 등 경기 둔화에, 양도소득세는 침체가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올해 지가 상승률은 0.53%에 그쳤고, 금융위기 직전(2008년 10월)보다도 0.54% 낮은 수준이다. 토지 거래량은 전년동월 대비 필지수와 면적 기준으로 각각 6.3%, 2.4% 감소했다. 지난 6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전년동월 대비 29.3% 급감했다.

기업실적 악화에 법인세수 비상...내년까지 걱정

재정부가 주요 세목 중 유일하게 세수 실적이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 법인세다. 재정부는 올해 법인세를 44조 5천억원 걷어 지난해보다 약 4천억원 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5월까지 거둬들인 법인세는 24조 2,819억원이다. 5개월만에 올해 예산상 세입의 54.5%를 달성했다. 지난해보다 법인세수가 0.9%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3% 증가한 상황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이는 연초 들어온 법인세수에 지난해 양호한 실적이 상당수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당수 기업이 12월 결산법인이어서 법정신고 기한인 4월 2일 이전에 신고가 몰리기 때문이다. 조세당국 관계자는 “5월 기준 예산대비 법인세 진도율이 54.5%를 기록한 것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법인세는 연초에 다소 많이 들어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기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8월까지 중간예납하고, 4월 초까지 결산한다는 점에서 둔화된 경기가 실제 법인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데는 시차가 발생한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FN에 따르면 코스피100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7월 둘째주 기준으로 128조 973억원이다. 지난해보다 14.7%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점은 이 같은 이익 추정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100 기업의 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9월 말에 비해 6조 8천억원가량 낮아졌다.

기업들이 내다보는 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 BSI를 보면 7월 제조업 업황 전망은 한 달 전보다 2p 내린 84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5월 이후 한 번도 기준점 100을 넘지 못하고 있고, 올해 기록한 최고점도 지난 5월 90이 가장 높은 것이다.

관세 ‘1조원’ 덜 걷힐 듯...FTA발효에 수입까지 줄어

관세의 경우 상대적으로 금액은 크지 않지만 세수 자체가 전년보다 크게 줄고 있어 우려스럽다. 증가율이 둔화되는 것이 아니라 세수 자체가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관세는 6월까지 5조 3천억원 걷히는 데 그쳤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86.9%밖에 되지 않는다. 6월분은 잠정치고, 상반기 기준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정부가 올해 세입예산안을 통해 예상했던 11조 6천억원의 45.7%에 불과하다. 하반기에 상반기만큼 걷는다면 관세는 정부 추정치 11조 6천억원에서 1조원이나 모자라게 된다.

한미, 한EU FTA 등이 발효되면서 관세율이 낮아진 데다 경기가 둔화되며 수입량이 줄면서 관세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관세가 걷히는 속도는 올해 3월부터 크게 떨어졌다. 관세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을 보면 2월까지 101.9%를 기록했지만 3월에는 88.5%로 곤두박질쳤다. 3월 15일부터 한미FTA가 발효되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이 낮아진 동시에 3월부터 수입이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한미FTA가 발효되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이 원산지인 승용차에 대해 3월 15일부터 기준 관세율 8%를 4%로 인하했다. 자동차 부품(3~8%)과 통신용 광케이블(8%), 원목(2%), 기타 비금속광물(3~8%), 연어(10~20%) 등의 관세도 즉시 철폐됐다. 섬유와 농산물을 포함해 한미FTA 발효와 동시에 관세가 철폐된 품목은 모두 9,003개, 217억 7천 8백만 달러 규모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1월과 2월 수입 규모는 각각 434억 달러, 450억 달러로 1년 전 같은달보다 3.4%, 23.6% 늘었지만, 3월에는 450억 달러로 -1.2%, 4월 441억 달러로 -0.3%, 5월 448억 달러로 -1.1%, 6월 424억 달러로 -5.4%를 기록했다. FTA 발효로 인해 관세가 줄어드는 대신 수입물량이 늘어 이를 상쇄해줘야 하지만 수입까지 줄면서 이중고에 빠진 것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 한EU FTA 발효로 관세가 낮아진 만큼 물동량이 늘어야 하는데 주요 교역국가의 경기가 나빠지며 수출입도 부진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밀어붙인 ‘낙관론’ 결국...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월, 2012년도 세입예산안을 만들면서 가정한 경제성장률은 4.5%다. 이후 유럽발 재정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자 재정부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3.7%, 올해 6월에 3.3%로 대폭 낮췄다. 그러나 국세 수입 전망치는 205조 8천억원 그대로다.

정부가 지난해 2012년 경제성장률을 4.5%로 보고 세입예산안을 마련했을 당시부터 정부의 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해 10월 2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2012년도 4.5%가 가능하겠느냐”,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속적으로 (정부 전망이)낙관적이다. 중기 재정계획을 만들 때부터 그렇지 않다고 예측을 내놓고 있어서 걱정되는 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럽의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추론하기 어렵다. 이 정도(성장률 4.5% 기반)로 예산안 심의를 해주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재정부가 지난해 9월, 2012년 경제 성장률을 4.5%로 내다보고 세입 예산을 추계했을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 등은 이미 전망치를 3.6%로 하향 조정한 상태였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10개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망치도 평균 3.9%였다.

예산안과 세수 추계의 밑바탕이 되는 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빗발쳤지만 재정부는 끝까지 4.5% 전망치를 밀어붙였고, 불과 9개월만에 스스로 1.2%p나 깎아 내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은 “정부 추계보다 세수가 줄어든 첫 번째 이유는 정부가 전망했던 것보다 경제 성장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세금 탈루 등 정부가 걷어야 할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했고, 경제 성장 전망을 잘못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과거 10년 평균 조세 탄성치는 1.0~1.1 가량이다. 즉, 과거 평균으로 봤을 때 GDP 성장률이 1%p 낮아지면 국세 수입도 1~1.1% 가량 줄어든다는 것이다. 재정부가 뒤늦게 수정한 전망대로 GDP가 3.3% 성장하고, 조세 탄성치가 1.1을 보인다면 올해 세수는 당초 전망보다 2조 7천억원 가량 덜 걷힌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5월까지의 세수 실적을 가지고 올해 전체 세수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며, “5월까지 세수 진도율은 평년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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