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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 '회장님 입 단속하라' 특명

이지원

어제 오후 김포공항 입국장. 홍콩으로 출국한지 열흘만에 입국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기다리는 취재진들과 삼성 미래전략실 직원 등 수십여명이 뒤섞여 혼잡을 이뤘다.

중화권 최대부호인 리카싱 청콩그룹회장과 상호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돌아오는 터라 취재진은 향후 경영구상의 일단을 내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모두 이 회장의 입을 주목했다.

평소처럼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입국 게이트를 통과하는 이 회장에게 취재진이 간단한 안부인사를 건넨 순간 예기치 못한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대기중이던 삼성직원들이 "질문을 하지 말라"며 기자들을 일대일로 가로막고 나선 것. 급기야 미래전략실의 한 관계자는 "질문을 하지 말라는 데 왜 이러냐"며 이 회장에게 안부인사를 건넨 기자에게 목소리를 높여 취재진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해프닝이 빚어진 데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회장님의 입을 단속하라'는 특명이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동안 이건희 회장은 민감한 시기에 거침없는 깜짝 발언을 쏟아내며 곤경에 처한 적이 심심찮게 있었던 게 사실.

지난해 3월엔 '초과 이익공유제'를 추진하겠다는 정부를 향해 "그런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가지 않는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 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 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또 올 4월엔 친형 이맹희씨가 상속소송을 내자 "수준이하의 자연인", "이맹희씨는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다"라며 감정을 누르지 않은 말들을 쏟아냈다가 이후 대국민 사과까지 한 바 있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이슈화되고 있는데다 마침 이 회장의 귀국 하루 전 날 삼성사장단은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로부터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본질은 아니다"라는 특강까지 들은 마당.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로선 미묘한 시점에 어떻게든 회장님의 입을 단속하고 싶은 심정이 있었음을 이해못할 바 아니다.

이 회장에게 '말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보니 결국 취재진의 질문을 가로막는 극단적방법을 택한 셈인데 하지만 기자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질문'을 물리적으로 가로막는 건 분명 '도를 넘은 처사'다.

세기의 특허소송을 통해 보았듯이 삼성은 이제 국내 1위 기업을 넘어 애플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우리나라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만큼 커졌다. 언론이 이 회장의 입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대기업이 과거에 국가의 보호와 국민의 지원속에 성장했다는 역사성을 깊이 되새기고 고민해야 한다"

삼성은 국민과 소통의 창구인 '언론과의 단절'을 선택하기 전에 장하준 교수가 바로 엊그제 남기고 간 이 충고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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