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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란 앞에 작아진 정부 "이란에 580억 돌려줘라"

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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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이란 기업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뒤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내고, 최근에는 한국대사관 앞에서 대규모 시위까지 벌였는데요. 정부가 이란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들에게 이 계약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대호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1일 과천 기획재정부의 한 회의실 앞입니다.

평소와 달리 문 앞에 회의 주제도 적어 놓지 않은 채 비공개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뿐 아니라 지식경제부, 외교통상부 실무진과 자산관리공사(캠코), 우리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MTN 취재결과, 정부는 이 자리에서 대우일렉트로닉스 최대주주인 캠코와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게 이란 기업 엔텍합에서 받은 계약금을 돌려주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0년 11월 엔텍합은 대우일렉을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보증금 578억원을 채권단에 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금융 제재로 인해 인수자금을 조달하지 못하자, 채권단은 이듬해 5월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후 엔텍합은 한국 법원에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채권단이 계약금을 돌려주되, 엔텍합은 대우일렉의 외상금 3,000만 달러를 갚으라는 조정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채권단은 계약금을 돌려줄 수 없다며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급기야 지난달 21일(현지시간)에는 이란 테헤란 한국 대사관 앞에 엔텍합그룹 직원 1,000여명이 몰려와 이 돈을 돌려달라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란에서 한국을 겨냥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이 극히 이례적이고, 이들이 한국제품 불매 운동까지 경고하는 등 반한 감정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자 정부가 나서서 채권단을 채근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채권단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엔텍합이 제기한 이행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자진해서 계약금을 돌려줬다가 배임 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계약금을 돌려주는 것은 다른 M&A건에도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어 부담입니다.

당시 회의에서도 채권단은 이 같은 입장을 밝혔지만, 정부는 외교적 마찰을 언급하며 '애국적으로 행동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채권단은 정부의 요청을 감안해 오는 15일 법원에서 다시 한번 조정안이 나올 때 이를 수용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최종 결정하겠지만 국익을 위해 돌려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입니다.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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