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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일자리, 덜 급한가?

최남수 보도본부장

지난해 미국에서 있었던 일. GE는 켄터키 주의 루이스빌에 냉장고와 세탁기 등 품목의 새로운 조립라인을 설치했다. 중국과 멕시코에서 아웃소싱하던 조립 작업을 미국 내로 가져왔다. 글로벌 거대 기업이 해외에 있던 일자리를 국내로 가져온 것이다. CEO 제프리 이멜트는 “아웃소싱은 구식 사업모델”이라고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인소싱(insourcing)의 새로운 흐름이 시작됐다”고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미국 제조업이 꿈틀거리고 있다. 2010년 초에 바닥을 친 후 미국의 제조업은 5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글로벌 위기 때 없어진 일자리를 거의 다 메웠다는 평가다. 먼저 민간 기업조차 국유화하는 미 정부의 적극적인 구원 조치가 주효했다. 더 결정적으로는 돈을 인위적으로 마구 풀어내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린 게 제조업체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여기에다 GE같은 대기업이 미국으로의 일자리 유턴에 팔을 벗고 나섰으니 ‘미국 제조업의 르네상스 시대’가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제조업의 일자리는 지난 1991년 516만 개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비싼 인건비를 피하기 위한 자동화, 공장의 해외 이전 등 요인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 결과 2011년 현재 제조업 일자리는 409만개. 10년 사이에 무려 100만 개 이상이 없어졌다.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자동차 공장의 경우 96년 이후 해외에 10개의 공장이 지어졌다. 반면 국내에는 단 한 개도 세워지지 않았다. 제조업 일자리의 심각한 현주소이다.

일자리가 발등의 불로 떨어짐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을 경제 운용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다양한 복지 정책이 거론되고 있지만 역시 최대의 생산적 복지 정책은 일자리 창출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다소의 비용을 치르더라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게 절박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가하는 점. 당장 제조업만 해도 그렇다. 선진국의 ‘환율 자국 이기주의’의 유탄을 맞아 상당 폭의 원화 강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타격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고용에 부정적 요인이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선박 같은 대기업의 주력 수출산업이 전체 제조업 성장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우려스럽다.

고용 사정이 다급해진 만큼 제조업의 성장의 부추기는 일에 우선순위를 둬야한다. 정부도 외환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 원화의 ‘소프트 랜딩’을 돕는 게 긴요하다. 인허가 관청에 계류돼 있는 민간투자사업을 일제 점검하여 신속하게 처리하고 투자 규제도 크게 풀어줘야 한다. 특히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는 각종 규제들도 공정, 공생을 보장하는 축은 강화하되 고용을 훼손하는 조치들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대책들을 추진해도 제조업에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수도 없이 얘기돼 왔지만 아직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 산업 활성화에 본격 발동이 걸려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를 위해 국회에 제출돼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조차 제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것. 이 법은 서비스산업의 장단기 발전 계획을 세우고 규제와 제도 개선을 하는 것 등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에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첫 단추인데도 영리 의료법인 허용에 대한 논란에 밀려 햇빛조차 못보고 있다. 

저성장 시대다. 좋은 일자리는 과거처럼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든 정책에 대해 고용평가를 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정책은 비용을 좀 치르더라고 추진하자. 고용에 부정적인 정책을 일단 유보하자. 이런 정책이 늦어지는 만큼 민생이 더 힘들어진다. ‘국민행복’은 일자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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