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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아이폰'에서 '어른폰' 전향?

최남수 보도본부장

스마트폰. 나이가 곧 다섯 살이 된다.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온 건 2007년 6월. 우리나라에는 우여곡절 끝에 2년여 후인 2009년 11월에 선을 보였다. 업계는 물론 모두가 걱정을 했다. 뛰어난 디자인과 다양한 콘텐츠, 그리고 자체 플랫폼까지 갖춘 '골리앗'의 출현에 위기의식이 고조됐다.

당시 필자는 호기심에 아이폰 유저 대열에 합류했다. 손에 딱 잡히는 맛에 앱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콘텐츠에 탄복했다. 3년이 넘게 흘렀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금 필자 손에 들린 것은 삼성의 갤럭시 노트2.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것. 더 좋고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구매하는 선택권 말이다. 주변에서 추천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바꿔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끝까지 망설이게 한 건 '전환비용'. 이미 적지 않게 들인 앱 비용이 마음에 걸렸다. 문제는 작은 화면, 짧은 배터리 수명 등 아이폰이 가진 단점에 지쳐가기 시작했다는 점. 안드로이드로 옮겨도 비슷한 콘텐츠를 쓸 수 있는데다 갤럭시의 장점인 큰 화면, 오래가는 배터리를 높이 사, 일을 저질렀다. 3개월 여. 만족도는 매우 높다. 노트여서 화면이 더 큰 데다 유저 인터페이스도 편리하다. 콘텐츠도 아이폰과 큰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배터리 걱정을 던 것이 좋다.

시장은 필자와 같은 유저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 지난달 28일자 보도를 보면 미국의 한 30대 소비자는 필자처럼 아이폰보다 화면이 큰 갤럭시에 끌렸다고 말한다. 그동안 아이폰용 앱을 개발해 온 미국의 한 개발자는 이젠 안드로이드용 앱 개발을 더 우선시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시장점유율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전체 휴대폰 시장은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이젠 애플이 2위, 삼성이 1위다. 애플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6%. 삼성의 점유율은 2009년 말의 4.6%에서 33.9%로 급상승했다.

'이젠 한국 휴대폰 산업은 끝났나'하는 위기감이 엊그제 일 같은 데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했는가? 잡스의 갑작스런 사망과 그에 따른 애플의 혁신 동력 약화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천하의 노키아'가 기어 없이 수직 추락한 마당에 이걸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필자는 해답은 삼성의 제조 융합 능력에 있다고 본다.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 역량에선 애플이 몇 수 위였다. 하지만 이미 세상에 나온 걸 빠르게 추격하고 개선해가는 역량은 삼성이 더 '고수'인 것이다. 제조는 아웃소싱하는 애플의 한계. 칩, 스크린, 카메라 등 대부분을 내부에서 수직, 수평적으로 융합하는 삼성의 강점. 그 차이만큼 시장의 반응도 달라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추격과 추월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등 뒤가 섬뜩한 게 있다. 우리에겐 없던 걸 만들어내는 혁신 역량이 크게 부족하다. 스마트폰은 물론 전자식 컴퓨터, 전화기, 무선 통신 등 지난 150년 동안 생활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제품들은 모두 미국인이 발명한 것이다. 언제 뭐가 또 나와 흔들어 놓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신제품이 나와 전 세계 시장을 휘젓는 속도는 이젠 현기증이 날 정도가 됐다. 잠깐 방심하는 순간에 절벽으로 떨어지는 시대다. 게다가 안드로이드에 탑승했을 뿐 자체 플랫폼이 우리에겐 없는 큰 약점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띄울 새 정부와 업계가 깊게 고민해야 할 핵심 사안이다. 고민은 정부와 업계에 맡기고 중요한 참고거리를 말씀 드린다. 미국이 독과점하다시피 한 혁신과 발명 역량의 뿌리는 '인문과 여백'이다. 인문은 책 읽고 '열공'하는 게 아니라 인문, 예술이 삶 자체의 토양이 되는 사회문화를 말한다. 여백의 문화는 구글의 대부분 혁신이 직원들에게 허용한 20%의 자유시간에서 나왔다는 점이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크게 달리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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