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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이건호 행장 '부채와 갈채 사이'... 성과가 관건

이대호 기자


“직원들을 절대 부채로 여기지 않고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며 한 사람 한 사람 다 같이 가겠습니다. KB는 직원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입니다.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5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은행장과의 첫 만남’ 행사를 통해 가장 강조한 말입니다.

일단 직원들은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민은행 하면 ‘비대한 조직’과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생산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아 직원들 사이에서 항상 구조조정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민은행이 거둔 순이익은 3,445억 9,500만원입니다. 이를 직원 수(2만 1,635명)로 나누면 1인당 순이익은 1,593만원에 불과합니다. 하반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1인당 평균급여 7,700만원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수준입니다.

이런 가운데 직원들을 ‘부채’로 생각하지 않고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겠다는 이 행장의 말은 의미가 큽니다.

회계상으로 부채도 자산입니다.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부채를 일으켜 순자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 그 부채는 돈을 벌어다주는 레버리지로 평가 받습니다. 그 반대로 수익과 연결되지 못하는 부채는 언젠가는 잘라내야 할 부실 덩어리로 취급 받습니다.  

국민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행장의 판단이 틀렸다는 지적이 뒤따를 것입니다. 물론 그 부채를 떨어내야 한다는 압박도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행장에게는 또 다른 부채가 많습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4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유일한 외부 출신입니다. 낙하산 논란을 지켜본 직원들은 ‘열심히 하면 나도 언젠가 은행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꺾였다고 말합니다. 이 행장은 더욱 따뜻한 리더십으로 이들을 감싸야 하는 ‘마음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 행장의 아버지가 5·16 직후 군부의 실력자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다.”는 말은 이 행장의 능력보다 앞서 회자됩니다. 은행 고위층 사이에서도 “행장 선임에 아버지 이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시선이 지배적입니다. 이 또한 이 행장이 실력으로 이겨내야 할 부채 중 하나입니다.

시중은행장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 이력이 없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은행에서는 탁월한 영업 실적이 있어야 임원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불문율로 통합니다. 외부에서 전문 경력직으로 들어온 실무자도 한번쯤은 현장을 경험하러 영업점에 나가는 것이 관례입니다. 은행에서 리스크관리 임원만 경험한 이 행장의 커리어는 우려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CEO는 결과로 평가받습니다. 이 행장의 경우 자신에게 덧씌워진 선입견을 벗겨내는 데 성과만큼 좋은 건 없을 것입니다. 그것도 낙오자 없이 2만 1,635명 직원과 함께라면 최상의 결과일 것입니다.

시작은 갈등이었으나 끝은 갈채인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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