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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우윳값 대란.. '갑의 횡포' 때문?

최보윤 기자

지난 8일,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서 매일유업의 1L짜리 흰우유를 구입한 고객들은 250원을 환불 받기 위해 마트를 다시 찾아야했습니다. 이 두 마트에서 오전에 올랐던 우윳값이 오후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매일유업은 이달 1일부터 12.7% 인상된 원윳 가격을 반영해 이날부터 우유와 유제품의 출고가격을 10% 이상 올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마트와 농협하나로마트는 판매가를 올리지 않고 버텼습니다.

그러자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아야 하는 대형마트 특성상 나머지 두 마트도 부랴부랴 올렸던 가격을 원위치 시켰고 '오전 손님'에게 차액을 환불해 주는 해프닝이 벌어진 겁니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됩니다. 상식으로는 출고가격이 오른만큼 판매가를 올리지 않으면 마트가 손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가 '물가 안정'을 위해 이런 손실을 감수하기로 한 걸까요?

결과적으로 보면, 대형마트는 한 푼도 손해보지 않았습니다. 대형마트가 '가격 원위치'를 선언하자 매일유업이 '움찔'하며 출고가 인상으로 입은 마트의 손해를 자진해서 대신 떠안았기 때문입니다. 또 출고가격 인상도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매일유업의 뒤를 이어 가격인상을 계획했던 서울우유와 동원F&B, 남양유업, 빙그레, 롯데푸드 등도 줄줄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대형마트의 입김 때문에 가격을 '못' 올리고 있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확히 말하면 가격 인상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마트로 부터 출고 가격 인상분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토로합니다. 출고가격을 얼마로 써놓든 대형마트가 주지 않으면 그 뿐이라는 겁니다.

제조업체들의 출고가를 멋대로 쥐락펴락하는 대형마트들의 '갑의 횡포'는 업계에서 오랫동안 굳어진 관행입니다.

사실 우윳값 인상은 대형마트에게도 호재입니다. 소비자단체협의회의 분석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우윳값의 34%를 마진으로 챙깁니다. 제조업체의 몫은 그보다 적은 24%에 그칩니다. 즉, 가격이 오르면 대형마트가 그 이득은 더 많이 챙긴다는 계산입니다.

그래서일까.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일유업의 출고가 인상 발표 이전에 "이미 마트끼리도 L당 250원 인상이 적정하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대형마트는 왜 손쉽게 얻을 추가 이윤을 포기하고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걸까?

알고 보니 그 이면에는 '갑'의 위에서 군림하는 또 다른 '수퍼 갑'이 있었습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는 새 정부가 대형마트에 압박을 가한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우유업계의 우윳값 인상 계획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대형마트 관계자들을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때마침 이번 대형마트들의 우윳값 인상 거부 사태를 촉발시킨 것도 정부 정책 사업을 하는 농협 산하의 '하나로마트'였습니다. 소비자 가격은 과연 누가 결정하는 건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어찌됐든 단돈 250원이라도 돌려받게 된 소비자들은 이번 우윳값 혼선의 수혜자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윳값 인상분을 제대로 출고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하루 6억 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는 우유업계가 과연 이 손실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가시킬 지 두고 볼 문제입니다.

정부는 당장의 가격 인상을 막은 것에 만족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유통 구조의 뿌리깊은 문제는 방관하거나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는건 아닐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유업계는 조만간 정부와 유통업계, 소비자단체와 협의해 우윳값 인상폭과 시기를 재조정하기로 했습니다. 부디 소비자를 최상위 '갑'으로 여기고 투명하고 납득할 만한 우윳값 인상안을 내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보윤 기자(bong0079@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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