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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공시' 모르는 투자자, 누굴 원망할까

이민재 기자

제법 쌀쌀한 월요일(14일) 오전. 기자와 할 이야기가 있다며 회사로 전화를 한 투자자의 연락처를 받았다. 이유를 듣진 못했지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제보 아니면 '항의'. 전자를 기대하며 투자자에게 전화를 했다.

역시 현실은 기대를 저버리기 마련. 투자자는 다짜고짜 며칠전 기자가 기사를 쓴 한 업체에 대해 묻는다.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썼던데 사실이 맞는지 궁금하다"고.

거친 비난을 받은 기사는 코스닥시장의 A 휴대폰 케이스 업체가 정정 공시를 통해 목표 매출액을 연초에 비해 대폭 하향 조정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모든 기사의 근거는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낸 '공시'에 나와있는 사실이었다. 하등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투자자는 "회사에서 그렇게 말한 게 맞냐"며 계속해서 물었다. 도돌이 표를 만난 듯한 질문과 답변으로 지칠 때 즈음,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느낌 아니까'. '혹시 공시를 확인이나 해본 것일까, 아니면 공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나 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역시나' 였다. 주식을 사고 파는 사람이라면 공시는 기본으로 알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금새 깨졌다. 곧바로 투자자에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의 존재와 원하는 정보를 찾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끝까지 미심쩍어 하는 느낌이었지만 겨우 통화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정보 획득의 약자인 개인 투자자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 공시 시스템이다. 그런데 정작 투자자가 공시에 대해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면 결국 이로 인해 입을 피해는 투자자의 책임일 수 밖에 없다.

부실 테마주를 비롯한 각종 주가조작 세력은 기업의 실적보다는 실체 없는 소문에 좌지우지 되는 투자자들을 자양분 삼아 커간다. 공시조차 모르는 투자자들이 투자 아닌 투기를 하며 이런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후에 무지를 무기 삼아 항변해 본들 때는 이미 늦었다. 금융 투자 유의 사항의 맨 마지막 줄은 늘 투자 손익은 고객 자신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 손해다.

최근에 발생한 동양 사태도 이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 기업들이 사채를 발행할 때는 증권신고서, 투자 설명서를 반드시 감독당국에 제출해야하고, 규정에 맞게 정확하게 작성된 서류로 판단되면 곧바로 이 내용은 공시된다.

이 공시를 조금만 뒤져보면 사채를 투자할 때 뒤따르는 위험이 어느 정도 인지 충분히 명시되어 있다. 동양 계열사의 투자설명서를 보면 투자 위험을 알리는 설명이 너무 장황해서 기가 질릴 정도다.

지금 동양그룹과 금융당국에 거센 항의를 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이런 공시를 꼼꼼히 읽어봤을까. 읽어본 후 투자했다면 고수익 유혹에 넘어간 것이고, 읽지 않았다면 아주 기본적인 자기책임을 외면한 것이다. 그래놓고 "증권사 직원의 계속된 권유와 고금리 보장이라는 달콤한 말에 속았다"고 한들 손실을 보장받을 길은 현실에서 찾기 어렵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동양의 경우 부당 권유가 많았지만 본인 스스로 결정했을 때는 그에 대한 책임은 자기가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물론 회사와 임직원이 고의적으로 불완전판매를 했다면 엄정한 처벌로 다스려야할 일이다.

기자와 통화를 한 투자자는 통화를 끝낼 무렵, 이번 기사 때문에 수백 만 원을 손해 봤다며 부정적인 기사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공시에 나와 모든 투자자들에게 공개된 이상, 기사 하나 없다고 떨어지는 주가가 오를 리 없다.

자본시장에 몸담고 있는 투자자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부디 공시부터 꼭 챙기시라고, 여기서 출발해야한다고. 당신들이 딛고선 이곳은 은행이 아니고 하루하루 머니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시장이니까.  

머니투데이방송 이민재 기자 (leo4852@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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