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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금융위-금감원 폭풍 전야, 미묘한 긴장감과 순망치한

권순우 기자

 종합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3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5만여명의 피해자를 만든 동양 사태에 책임이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삼자대면을 하는 자리입니다.


 개별적으로 진행된 17일과 18일 국정감사에서 각 기관들은 본인들의 잘못은 뒤로 감추고 책임은 은근슬쩍 다른 기관으로 떠넘겼습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7일 국정감사에서 동양사태는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와 불완전판매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불완전판매의 감독 책임은 금융감독원에 있기 때문에 금융위는 살짝 비껴간 발언입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다음날 국정감사에서 “동양그룹의 경영진의 부적절한 행태와 법적 규제 미흡에 따른 감독상의 한계가 결합돼 발생했다”며 반격했습니다. 규정 개정 권한은 금융위에 있기 때문에 그쪽 책임이 더 무겁다는 의미로 주변에서는 해석했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폭탄 돌리기'는 처음이 아닙니다. 


 수조원을 벌고 떠난 외국계 헤지펀드인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아닌지 논란이 있을 때도 금융위와 금감원은 눈을 감고 서로를 가리켰습니다. 금융위는 산업자본인지 여부는 금감원의 검토사항이라고 했고 금감원은 최종 의사결정은 금융위의 고유 권한이라고 했지요.


 저축은행 사태 때도 금융위는 금감원의 부실 검사를, 금감원은 금융위의 저축은행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양 기관은 공은 본인에게, 책임은 상대방에게 떠넘기며 4년을 보냈습니다.


 춘추시대 말기 진나라는 괵나라를 공격하려고 중간에 낀 우나라에 그곳을 지나가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나라의 현인 궁지기는 우나라 왕에게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몸이나 다름없는 사이라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한다고 간언했습니다. 결코 길을 빌려줘선 안된다는 의미죠. 


 하지만 뇌물에 눈이 먼 우나라 왕은 길을 빌려줬고 진나라는 괵나라를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도 정복했습니다. 이때 나온 고사성어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입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순망치한’의 관계입니다. 감독집행 없는 감독정책은 의미가 없고, 감독정책 없는 감독집행은 있을 수 없습니다. 신 위원장과 최 원장은 국정감사 이후 내부 회의를 통해 서로를 비난하는 발언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겉으로는 상대를 비난하진 않지만 오랜 기간 쌓여온 서로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여전히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내일 종합국정감사에서 대한민국의 금융감독당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궁색한 장면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분리된 지 벌써 4년이 지났지만 네이버에 금감원을 치면 금융감독위원회로 검색하라고 나오고 이를 클릭하면 금융위원회가 나옵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은 금융위와 금감원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냥 둘다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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