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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하는 회장님의 모순

최보윤

"한국 기업들은 세계 수출 1위 상품을 130개 넘게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12일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CSR 콘퍼런스 2013'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또 "홍수가 났다고 해서 돈을 기부하는 게 다가 아니다"라며 우리 기업들의 일회성 사회공헌활동에 일침을 가한 뒤, "지속 발전을 위해 전반적인 경영 전략에 CSR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머니투데이]

(이 회장은 홈플러스의 경영에선 손을 뗀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회장직과 사회공헌재단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1인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장의 말을 듣다보니, 이런 옛말이 떠올랐습니다. '목불견첩(目不見睫)'. 직역하면 '눈으로 자기 눈썹을 보지 못한다'는 뜻으로 남의 사정은 잘 보지만, 자신의 잘못은 잘 살피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10조 원에 달하는 매출고를 올렸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공식 기부금으로 쓰인 돈은 62억 원. 매출액 대비 0.06%만을 기부에 썼습니다. 순이익(5500억원)과 비교해도 1.1% 수준에 그칩니다. 게다가 직전해보다 6억 3,000만 원 정도를 줄였습니다. 매출액 대비로 따지면 0.03%P를 줄인 겁니다.

국내에서 버는 족족 해외 본사로 가져가기 바빠 국내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여타 해외 명품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의 기부금 지출입니다. 다른 국내 기업들도 평균적으로 적어도 매출액 대비 1~2%는 해마다 기부금으로 내고 있습니다.

이 회장 말대로 눈에 보이는 '기부'가 전부는 아닙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09년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나름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지난해 3월부터는 협력사와 손잡고 일부 상품 매출의 1~2%를 떼내 소아암 어린이 등에게 기부하는 '어린 생명 살리기 캠페인'을 펼쳤고 이를 통해 47억원 정도(협력사 기금 50%)의 기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출범 14년 만에 대형마트 138개, 기업형슈퍼마켓(SSM)을 375개나 출범시키며 연매출 10조원이 넘는 '유통공룡'으로 고속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한 공헌 실적입니다.

게다가 홈플러스가 몸집을 부풀리면서 골목상인들과 근로자들에게 안겨준 크나큰 시름은 이런 사회공헌활동을 빛바래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중소 상인들이 골목 상권 보호를 요청하며 제기한 사업조정신청 현황을 보면 최근 3년간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 대한 사업조정신청이 203건으로 이마트(39건)나 롯데(116)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또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 상인들과의 분쟁기간도 722일(향남점)로 최장을 기록했습니다.

올 초 출범한 홈플러스 노조는 근로자들의 과도한 업무부담과 부당한 노동 착취 등의 문제점 152개를 공개하고 사측과 협상하고 있지만 아직 달라진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반성장위원회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기업의 동반성장지수를 보면 홈플러스가 2년 연속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이승한 회장은 "밖으로는 CSR,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작 집안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홈플러스는 잘 하고 있다"고 짧게 답한 뒤 "동반위 지수의 경우, 평가항목이 공개되지 않아 불투명하다"며 오히려 불만을 내비췄습니다.

이 회장의 지적대로 우리 기업들이 커진 덩치만큼 넓은 마음으로 경영전략 전반에 CSR을 반영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자기 눈썹'을 살피는 지혜도 발휘해 가면서 말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최보윤 기자(bong0079@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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