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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한국적 현실'에 눈감은 공매도 해법

권순우 기자

셀트리온 공매도가 한창 주식시장에 회자되고 있을 때 가치투자로 유명한 A자산운용사 임원 분을 만났습니다. 
“요즘 셀트리온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셀트리온같은 주식에는 투자 안하시죠?”

“저희 셀트리온에 투자 했습니다”
 
저평가된 주식을 주로 거래하는 운용사가 셀트리온에 투자를 했다고 하니 의외였습니다.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저에게 그 분은 “아. 매수를 한 건 아니고 공매도를 했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셀트리온 공매도 세력을 만났습니다. 
 
셀트리온은 성장 가능성도 크지만 투자 위험도 높은 종목입니다. 향후 바이오시밀러가 잘 팔릴 것으로 예상하면 현재 주가에도 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은 셀트리온이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고 판단했고 그 기준에 맞춰 공매도를 한 겁니다. 
 
문득 ‘A운용사가 셀트리온 주식을 공매도했다는 걸 기사로 쓰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매도가 잘못된 투자 방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당시 셀트리온 주주들은 공매도 세력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고 감독당국에 항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회사의 이름이 공개됐다면 주주들에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겁니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판단되면 주식을 사고 내릴 것으로 판단되면 주식을 매도하는 건 주식 시장의 기본중에 기본입니다. 하지만 공매도를 하는 사람은 주가 하락해 수익을 얻는 거래에 대해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악당’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금융당국은 13일 공매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0.5% 이상 공매도 잔고를 가진 사람은 공시를 해야 하고 0.01% 이상 공매도 잔고가 종목별로 합산 공시됩니다. 공매도가 더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보유자 공개가 마녀사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우선 공매도 공시는 주식을 더 냉정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특정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잔고가 많다는 건 그만큼 하락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매도 잔고가 많은 종목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그 종목이 지나치게 고평가 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가 ‘마녀사냥’을 당하게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름이 알려진 기관투자자들은 투자자들의 비난을 우려해 공매도에서 손을 뗄 수 있습니다.

특히 새롭게 출범한 한국형 헤지펀드에게 공매도 대량 보유자 공시는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름 공개하면서 적극적으로 공매도를 할 수 있는 간 큰 운용사는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매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근거 없는 비난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입장은 중장기적으로 맞는 이야기지만 당장 공매도 투자자들이 받게 될 비난은 감안하지 않은 ‘책상머리 정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골드만삭스는 세계적인 전기차회사 테슬러모터스의 목표 주가는 100달러에서 105달러로 올린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테슬러모터스의 당시 주가는 150달러였습니다. 골드만삭스의 관점에서 테슬러모터스는 고평가 된 종목이고 현재 주가보다 30%나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건 공매도를 하라는 투자 의견입니다. 이렇게 공매도가 일상적인 미국에서도 공매도 잔고 보유자 공시는 안합니다.
 
우리나라 애널리스트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0만원으로 제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에게, 상장사에게 비난을 받고 시장에서 퇴출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로지 ‘바이(buy)’만 외칠 수 밖에 없는 기형적인 우리 주식 시장의 현실입니다.
 
공매도를 더 이상 음지에 두어서는 안됩니다. 공매도 과정이 어려워 외국인만 공매도를 하고 있는 현실도 개선하고 더 활성화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시장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보유자 공개기준을 높이거나 조금 미루는 것도 한 방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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