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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KB금융의 '7월 태풍'과 '주인의식'

이대호 기자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올해들어 회장과 은행장이 동시에 교체된 곳은 최근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진 KB금융뿐입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 임기 만료일이 다릅니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은 이순우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니 물론 예외입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내년 3월 22일 임기가 만료되기에 한창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2015년 3월 28일까지입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2014 회계연도 주주총회일(2015년 3월)까지고,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임기는 2013 회계연도 주주총회일(내년 3월)까지입니다.

비교적 지배구조가 건실한 것으로 평가되는 신한과 하나금융은 회장과 행장의 퇴임이 겹치지 않도록 감안합니다. 최고 수장과 그룹 내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의 CEO가 동시에 교체될 경우 그룹에 적지 않은 충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KB금융에서는 조직을 위한 이같은 배려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올해 7월 취임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임기는 2016년 7월에 동시 만료됩니다. 다시 한 번 KB금융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임기가 같아진 배경은 KB금융의 불행한 역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정원 전 행장은 지난 2010년 ‘당국의 신호’를 무시하고 그룹 회장직에 도전했다가 행장 임기(2010년 10월)도 채우지 못한 채 그해 7월 중도 사퇴합니다. 이때부터 KB금융 회장과 행장은 3년을 주기로 7월에 들고 나게 됐습니다.

어윤대 전 회장과 민병덕 전 행장도 2010년 7월 주주총회를 통해 나란히 취임했고, 각각 올해 7월과 6월에 물러났습니다.(민 전 행장은 회장직에 도전했다 탈락하자 임기 만료 1개월을 앞두고 사임)

문제는 회장. 행장의 동시 교체가 ‘인사 태풍’을 몰고 오고, 그때마다 조직이 휘청인다는 점입니다. 어 전 회장은 지주의 전략과 재무, 홍보 등 임원 자리에 있던 외부 인사를 대대적으로 영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점령군이 들어와 KB 사람이 홀대 받는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당시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들은 임영록 회장 취임 이후 대부분 퇴직했습니다. 국민은행 출신으로 지주 임원에 발탁됐던 인물들도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된 ‘조사역’ 신분으로 물러나 있습니다. 또 한 번의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한국과 중국 두 나라 금융당국의 지도를 무시하고 중국법인장을 무리하게 교체한 배경에도 ‘전임자 색깔 지우기’가 자리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교체된 국민은행 중국법인장은 우리은행 출신으로 어 전 회장이 스카우트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신 학교도 어 전 회장과 같은 고려대학교입니다.

최근 잇따라 터진 국민은행의 사건사고는 시스템보다 ‘사람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윤리강령과 내부통제 시스템 등은 다른 은행만큼 마련돼 있습니다. 그보다 ‘주인 의식이 결여된 조직문화’가 더 큰 구멍이라는 지적입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3년마다 관치금융 논란을 겪고 대거 보복성 물갈이 인사가 반복되는데 아랫사람들이 뭘 보고 배우겠느냐”며, “말단 행원까지 ‘나도 열심히 하면 CEO가 될 수 있다’는 꿈을 키워야 하는데 KB는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임 회장과 이 행장도 어김없이 3년 뒤 임기가 끝납니다. ‘7월의 KB 태풍’과 ‘주인의식 결여’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KB금융의 진지한 고민과 해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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