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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줄 것 없는 금융당국, 받을 자격 없는 증권업계

권순우 기자


"증권사가 M&A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자간담회에서 이 질문을 받은 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얼핏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사견임을 전제하고 증권중개 기능에 치우친 영업방식, 인수 합병에 적합하지 않은 건전성 기준, 낮은 주가순자산비율 등을 꼽았습니다.
우리 증권업계에 M&A가 활성화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 의견은 이와 일치합니다.

이런 면에서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업계 M&A를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3가지 '당근'은 원인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어 보입니다.

프라임브로커나 기업대출을 하기에 우리나라 투자은행 시장은 초기 단계입니다. 개인연금신탁 업무 역시 증권사에게는 독점적인 권한이겠지만 은행과 보험의 연금상품과 차별화되는 장점은 없습니다. 사모펀드 운용업 역시 운용사는 원래 할 수 있는 일이라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채찍으로 제시한 정리 방안도 조건이 느슨해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노름판 최후의 승자는 수수료 받는 사람’이라는 속설처럼 수수료 장사를 주업으로 하는 증권사는 웬만해서는 망하지 않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증권사가 순손실을 기록하고 12개사가 자본잠식 상태인데도 금융위기 이후 M&A를 성사시킨 증권사는 한화증권 1곳 뿐입니다. 자진 청산을 진행중인 증권사는 애플투자증권 1곳 뿐입니다.
팔겠다는 증권사의 면면은 화려합니다.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대 대형사중 3대 대형사가 매물로 거론되고 동양, 이트레이드, 아이엠, 리딩 등 최대 10여개 증권사들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일단 증권사는 매력적인 매물이 아닙니다. 증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2% 수준입니다. 자기자본이 100만원이라면 1년에 고작 2만원을 번다는 의미입니다. 자기자본 수준에서 인수를 하려면 차라리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를 받는 편이 낫습니다.
팔고 싶은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현재 증권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 남짓. 순자산이 100만원인데 시장 가격대로라면 50만원 밖에 못 받는 다는 의미입니다. 자산은 있으니 헐값에 팔기는 아깝고 제 돈 주고 사자니 수익성이 너무 떨어지는 전형적인 사양산업 구조입니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장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진 않겠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M&A 추진 증권사에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먹거리가 발굴되면 M&A 추진 증권사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익이 늘거나 퇴출 되는 등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겠지만 뒤떨어진 증권사는 말려죽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증권업를 천수답이라고 합니다. 비가 오면 풍년이 들고 가뭄이 들면 흉년이 지는 1차 산업입니다. 정작 1차 산업인 농업도 품종을 개량해 효율성을 높이는데 증권사들은 증권 중개 기능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는 너무 불황이라 M&A를 추진하기 힘들다고 변명합니다. 굳이 새로운 사업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수 있어서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았던 호시절을 돌아보면 비겁한 변명입니다.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금융회사가 불황일 때 먹거리를 주면 안된다"며 "불황은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는 가장 적기이고 이때 제대로 준비한 금융회사가 호황에 급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에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당장 볼멘 소리를 하는 금융회사들의 의견에 안절부절했지만 감독당국이 중장기적으로 기준을 잡아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회사는 당근과 채찍으로 일하는 가축이 아닙니다. 스스로 창조경제의 핵심이 되고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이 될 증권산업을 기대해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progres9@naver.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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