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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아듀 2013년…'안녕' 못한 유통 총수들

최보윤

2013년, 일주일하고 하루 남았습니다. 연말 인사 나누느라 많이 분주한 시기일텐데, 요즘 선뜻 '안녕하시냐'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요즘 특히 기자가 출입하고 있는 유통업계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속되는 소비 침체와 규제 강화, 여기에 사정당국의 칼날까지 유통업계를 정조준하면서 '안녕'할 수 없는 연말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 악몽의 2013년

매서운 추위가 파고든 지난 17일, 2천억원이 넘는 횡령과 배임, 탈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첫 공판을 취재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습니다.

목도리와 모자,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한쪽 팔은 직원에게 의지한 채 법원 청사에 들어섰습니다. 나중에는 휠체어까지 이용할만큼 몸이 편치 않아 보였습니다. 이 회장은 현재 신장이식 수술 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매출 26조원이 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호령하는 총수지만 사법처리를 앞둔 상황에선 그도 나약한 모습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회장은 유독 삼성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면서 근래 큰 일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대한통운 인수과정에서부터 시작된 갈등은 아버지 이맹희씨와 삼촌인 이건희 회장 간의 상속 소송 등으로 이어지면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끼리 CCTV 설치나 미행 등의 수법으로 불법감시를 하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세간에서는 이런 삼성과의 싸움이 지금의 화를 불러일으켰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지금의 그로서는 계열분리 20년 만에 매출 규모 2조원짜리 회사를 26조원으로 키우던 열정을 찾아보기엔 힘이 빠져보였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때문에 불구속 재판이 진행중인데, 내년 2월쯤 최종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의 기소 내용대로라면 중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 회장에게 2013년은 어느 면에서보나 가장 시련이 컸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덜덜'…예측 불가 사정 수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을 겁니다. 롯데가 제2의 CJ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허황된 말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그룹 전체로 확대되며 현재진행형이고, 여기에 감사원과 공정위까지 가세해 롯데그룹을 낱낱이 살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최대 수혜를 입은 롯데그룹이 그 대가를 치를 것이란 관측이 무성합니다.

재계에서는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추징과 고강도 검찰 수사가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각각 45억 7,300만 원, 3억 3,0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습니다. 내년에는 과징금 수위도 더 높아지고, 규제 종류도 더 많아질 전망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 5위의 그룹을 이끄는 신동빈 회장도 잔뜩 움츠러든 모습입니다. 신 회장은 최근 내년 역시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예년과 달리 긴축적으로 사업을 신중하게 펼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 또 국감의 덫, 고개 숙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유통 빅3 중에서는 그나마 신세계그룹이 올해 위기를 잘 넘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지난해 노조원 사찰과 노조 감시 등을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권초부터 파문에 휩싸였고, 올 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이마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정용진 부회장에 대한 사법 처리가 예상됐지만, 노동청은 정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습니다. 검찰 역시 같은 이유로 이마트 전현직 임직원 5명을 부당노동행위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정 부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정용진 부회장과 신세계 그룹 입장에서는 대형 위기를 잘 넘긴 셈입니다.

복병은 지난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였습니다. 당초 이번 국정감사의 증인 목록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증인으로 국감장에 선 허인철 이마트 대표의 불성실한 태도가 국회의원들이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정 부회장이 느닷없이 추가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가뜩이나 정 부회장은 지난해 별다른 이유없이 국감에 불출석했다가 고발당해 법원을 오가고 벌금형을 받은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이번 국감에는 안 나갈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결국 국감장에 불려나간 정 부회장은 수차례 고개를 숙였지만 이 정도로 넘어간게 다행이라는 게 업계의 평갑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유통 대기업 총수들에게 2013년은 유독 안녕하지 못한 한 해였던 것이 분명합니다. 불경기의 장기화속에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오너리스크까지 불거졌던 힘든 한해를 마감하는 그들이 과연 내년 그림은 어떻게 그리고 있을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최보윤 기자(boyun7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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