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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공기업 사장님들, 지금 얼마나 절실함을 갖고 계십니까?"

임원식 기자

"(부채 축소·방만경영 개선에 대한) 현실적인 안을 가져오십시오. 창의적인 안을 가져오십시오. 그것을 제시하지 못하는 CEO라면 일찌감치 제가 교체를 하든가 아니면 본인이 사표를 내십시오."

어제(23일) 이른 아침부터 한전과 한수원, 가스공사 등 공기업 41곳의 수장들 앞에 그야말로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과의 간담회에서 윤상직 장관이 공기업 사장들에게 해임과 사표 제출까지 언급하며 부채 축소와 방만경영 개선을 요구한 겁니다.

윤 장관은 아예 작심한 듯 당초 예정됐던 5분을 훌쩍 넘겨 20분 가까이 모두 발언을 했습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이어 터지고 있는데도 윤 장관은 보란듯 공기업 사장 해임과 사표 제출을 서너 차례 더 언급했습니다.

한 부처의 수장이 공개석상에서 소위 '한 가족'라면 한 가족인 공기업 사장들을 향해 이렇게 강도 높게 발언한 건 정말 보기 드문 일일 겁니다.

공기업 사장들로선 조찬간담회인지 국정감사장인지 어리둥절했을 법 합니다.

특히 윤 장관은 공기업들로선 가장 아픈 곳인 무분별한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왜 발전 자회사 5곳이 죄다 해외에 주재관을 둬야 합니까? 국내사업도 버거운데 왜 다 그룹을 만들어 놨습니까?"

해외사업을 위해 남부발전이 특수목적회사(SPC),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를 13개, 서부발전은 15개나 갖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습니다.

윤 장관은 기존 해외사업도 "되겠다 싶은 것 중심으로 가치 평가를 다시 매겨서 반영하라"고 사장들에게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석효 가스공사 사장에게 물었습니다. "언제부터 하실거죠?"

지난 국감 당시 해외사업 부실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책에 꼬박꼬박 사업의 당위성과 타당성을 피력했던 장 사장도 이날 만큼은 말이 없었습니다.

물론 공기업 사장님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 아닙니다.

정권 교체로 기조와 정책이 바뀌면서 혼선도 있을 거고 취임한 지 얼마 안됐는데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또 당장 수익이 없어서 그렇지 앞으로 기대해도 좋을 해외사업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민간기업들의 사정을 들여다 볼까요?

지난 19일 한진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유동성 마련을 위해 항공기와 선박, 부동산과 지분을 내다 팔아 5조5천억 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주말엔 현대그룹이 금융 계열사인 현대증권과 그룹의 상징적인 호텔인 '반얀트리'까지 매물로 내놨습니다.

분명 내놓기 아까웠을 거고 팔기 망설여졌을테지만 그룹의 생존과 쇄신을 위해서 주력 계열사도, 상징적인 자산도 과감히 '버렸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할까요?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일 겁니다.

공기업 사장님들께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부채 축소와 방만경영 개선에 지금 얼마나 절실함을 갖고 계십니까?"


머니투데이방송 임원식 기자(novra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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