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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과묵함의 안전지대, 금통위

최남수 보도본부장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신임 의장. 개인적 인연이 좀 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거시경제학을 가르친 은사이다. 옐런이 차기 FRB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메일 인터뷰를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메일 주소를 찾아 인터뷰 요청을 했다. ‘혹시’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설마’ 답변을 줄까하는 의구심도 컸다. 놀랍게도 하루 만에 답장이 왔다. 대답은 ‘노(No)'였지만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다시 연락이 돼 반갑습니다. 인터뷰를 할 수 없어 미안합니다.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미디어와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그 대신 강연이나 의회 증언, 기자 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이 일을 소개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소통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시하고 지나가도 별 일 없을 이메일에 성의껏 답을 한 것 자체가 작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본다.

시장과의 소통에 관한 한 FRB는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7월 버냉키 전 FRB 의장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글을 기고했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소개하면서 “돈이 많이 풀려 물가에 문제가 생겨도 이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며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려는 노력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연이나 의회 증언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FRB의장의 생각을 우리는 읽을 수 있다. 실업률이 6.5% 밑으로 떨어지고 물가가 2.5% 이상 오르지 않는 한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선제적 안내’는 대표적인 소통 노력으로 꼽힌다. 통화정책의 방향을 놓고 FOMC 위원들 간에 공개적으로 이견을 보이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유럽 중앙은행인 ECB도 마찬가지. 2008년 11월 트리셰 총재는 파이낸셜 타임즈 기고문에서 돈을 많이 푸는 게 불가피함을 역설하는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시장에 정보를 주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어떤가. 통화정책의 방향에 대해 한 달에 한 번하는 김중수 한은총재의 설명 외에는 다른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개별 금융통화위원들이 어떤 이견을 보이고 있는지도 사후에 귀동냥이나 할 수 있을 뿐이다. 선제적 안내는 언감생심이다.

왜 그럴까. 이해해보자는 입장에서 보면 섣부른 말이 시장에 혼선을 부채질 할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움직임에 종속돼있으니 미리 무언가를 말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금통위에서 나오는 신호등은 지나치게 희미하다. ‘과묵함의 안전지대’에 안주하고 있다.

다른 금통위원들도 이런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들이 4년 임기를 보장해주고 상당한 예우를 해주고 있는 데 커튼 뒤에 숨어있을 수만은 없다. 정부 눈치 보지 말고 한은총재 신경 쓰지 말고 독립적인 의견을 밝히라는 책임도 주어져 있는 것이다. 말나온 김에 한마디 더하자. 금통위 안에 시장에서 부대낀 전문가가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 FRB 지역연방은행 총재 중 두 명은 IB와 민간 은행 출신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98년 4월 이후 35명의 위원 중 시장 출신은 두세 명에 불과하다.

김중수 현 한은총재는 3월 말로 임기를 마친다. 곧 새 한은총재가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신임 선장은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식견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소통의 태도 또한 열린 마음이었으면 한다.

지난해 12월 한은은 갤럽을 통해 통화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필자는 그 조사에 참여해 기고나 강연 등 시장과의 접점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금통위는 이제 과묵함과 수다스러움 사이에서 적절한 소통의 지점을 찾아야 할 때이다. 계속 침묵을 지키면 실력 부족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시선들이 생겨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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