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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꿈꾸던 과학자'가 말하는 통섭의 시대란

MTN 감성인터뷰 [더리더]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대담= 최남수 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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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시대. 과학기술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하는 통섭이 시대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통섭은 한 국가나 기업이 지속성장을 해나가기 위한 새로운 동력원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머니투데이방송 MTN의 주간 대담프로그램 ‘더 리더’에서는 통섭 전도사이자 세계적 생태학자인 국립생태원 최재천 원장을 모셨습니다. 국립생태원의 운영상황과 계획, 통섭의 시대에 대한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대담: 최남수 머니투데이방송 보도본부장

“문·이과 나누는 구시대교육 철폐돼야”
30만평의 ‘세계일주 코스’ 국립생태원
“통섭, 말은 많지만 거품 아닐까 걱정”
“독서는 취미보다는 일로 즐겨야”

Q. 국립생태원이 문을 열고 원장으로 취임하셨는데, 국립 생태원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시죠

A. 우리나라에서 생태학이라는 학문을 연구할 수 있고 전시하는 기관으로는 처음 생긴 겁니다. 연구도 해야 하고 전시도 해야 하고 교육도 해야 하는 큰 조직입니다.

Q.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전시가 관심 있을 텐데, 어떤 전시공간들을 볼 수 있는지요?

A. 전체가 30만평 부지인데요. 야외에서도 생태적인 것을 관찰할 수 있으시고요. 실내에는 에코리움이라 부르는 매력적인 돔 형태로 지어놨습니다. 그 안에 열대, 또 사막, 지중해성 기후, 또 온대, 극지 기후에 맞도록 생태계를 구현해놨어요. 어떻게 보시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이틀 내에 세계 일주를 하시는 셈이 됩니다.



Q. 위치가 충남 서천이죠. 수도권에 계시는 분들은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서 일박 정도 계획을 하셔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방문할 수 있고 어떻게 구경할 수 있나요?

A. 그게 좀 아쉬운데, 서울에서, 수도권에서 별로 가깝지는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역발상을 해보자고 합니다. 전국 어디서든 두 시간 반 이상은 걸릴 텐데 새벽 일찍 출발해서 오셔서 생태원을 구경하시고 늦으면 차 막힌다고 집으로 빨리 돌아가시면 남는 것은 매연밖에 없을 것 같아요. 1박 2일 코스로 오시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서천 국립생태원도 보시고 주변 흥미로운 관광지도 구경하시고 여유 있게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Q. 생태학이라는 것이 어떤 학문인가요?


A. 가장 사전적 정의는 생물과 환경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세상이 생물과 무생물로 이뤄져 있는데 그들을 연구하라고 하면 세상 연구가 다 생태학이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인간이 살고 있는 도시에 도시 생태라는 것이 있는 것이고 기업하시는 분들은 기업 생태계, 또 지식 생태계라는 말도 있는데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모든 삶의 현장과 모든 것들의 관계 맺음이 큰 의미에서 생태학 범주에 들어옵니다. 국립생태원은 자연은 어떻게 생긴 것이고 대자연속에 인간의 위치는 어떠해야 하며, 인간과 다른 생물과의 관계는 어때야 가장 합리적인지를 전시와 교육을 통해 보고 느끼고 배우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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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방문객들은 많이 다녀갔습니까?

A. AI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교통이 그렇게 편한 곳이 아니다보니까 처음 기획 할 때 환경부에 금년 목표를 이야기를 했어요. 여러 가지로 고심해서 올해 관광객 3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12월 27일에 개원식을 하고 곧바로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AI로 문 닫기 전 3주 동안 17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Q. 국립생태원이 유료 개원이 되면 방문객들이 무엇을 얻어갔으면 좋겠는지 원장으로서의 희망을 얘기해 주시죠.

A. 저는 우리나라 환경문제에 대해서 많이 얘기 했던 사람인데 관찰해본 바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환경 의식은 선진국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에 맞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관람 문화는 어디를 왔다는데 의미를 두고 서둘러 떠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은 음미해야 할 전시들이 많습니다. 하룻밤 서천에서 주무실 생각 하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생태학은 슬로라이프랑 같이 가는 학문입니다. 왜 자연이 이렇게 생겨날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보고 우리 삶에 어떻게 받아들일까 음미해보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Q. 국립생태원장님이시지만 또 통섭의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강조해 오셨는데 한국 사회 통섭 현주소 어떻게 보시는지요?

A. 제가 통섭 이야기를 시작한지 10년이 돼 가는데요. 놀랄 정도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어요. 우리 사회가 특별히 학문 간, 분야 간의 소통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준비가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가 한꺼번에 터지다 보니까 내실을 기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듭니다. 통섭으로 뭘 이루었느냐 했을 때 별로 이룬 것이 없다면 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좀 듭니다. 통섭에 대한 기대감 뭔가 이뤄야 한다는 압박감이 공존하는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Q. 이제는 실행의 열매는 맺으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A. 통섭을 융합과 종종 비교해서 설명을 해보는데요. 융합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이뤄 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해요. 신제품 개발할 때 두 개의 기술이 서로 악수 한번 하고 명함 주고받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융합은 우리가 이뤄내야 할 목표이고 결과물인데 통섭은 결과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융합을 이뤄 낼 수 있도록 하는 빈번한 만남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워낙 서로간의 만남이 쉽지 않은 사회다 보니까 공부도 이과, 문과 나눠서 배웠죠. 이런 것들을 좀 허물고 벽을 낮추고 하는 노력이 진행되면서 실제 사회가 이렇게 변했구나, 내가 저 분야로 건너가는 것이 예전처럼 어렵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되는 단계가 와야 한다고 봅니다.

Q. 우리 교육의 현실이 그런 인재,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현실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은데 교육, 어떻게 고쳐져야 할까요?

A. 문과 이과 나눠서 배우는 구시대적인 교육은 가야 하는 거죠. 작년에 교육부가 그런 의지를 표명했는데 학부모들의 반응은 오히려 냉랭했어요. 아이들이 한쪽 공부하기도 힘든데 양쪽을 다 공부하라고 하느냐는 것이죠. 교육부가 그런 반발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고마웠습니다. 교육부가 나서서 시작 하면 그리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아이들도 양쪽을 다 배울 수 있는 교육시스템에서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육뿐 만이 아닙니다. 현대는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들이 옛날과 달라서 복합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한우물만 파는 사람이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불가능한 시대가 이미 된 겁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요. 100세를 살면서 노동 인생이 60~70년이 되는데 한 직장 안에 머물기가 어렵습니다. 직업을 몇 번씩 바꾸게 되기도 하는데 통섭적·융합적인 마인드와 훈련, 교육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Q. 스티브잡스가 가져온 애플쇼크 이후 인문학 열풍이 불었는데 인문학하면 독서나 공부로 해결하려 드는 경향이 있는데 인문학 공부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있는지 걱정스러워요. 스티브잡스가 얘기하던 과학기술과 인문학이라고 할 때 그 인문학은 인문 예술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인문학 열풍에서 예술은 어떻게 보면 빠져있습니다. 인문학 강연시리즈에 제가 자꾸 불려 다니는데 저는 분명 자연과학자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굉장히 고맙습니다. 자연과학은 공학과 가까운 것이 아니라 인문학과 가까운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문과대학에는 과학과 인문학하고 같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쪼개져서 마치 과학은 인문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과학기술은 공대 근처에 고목나무에 매미 붙어있듯 작게 붙어있는 조직처럼 전락해 버렸어요. 정확히 자연과학이 질문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인문학입니다. 정의부터 정확하게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적당히 인문학 강연 한 두개 들었다고 인문학적 소양이 느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문학은 다른 말로 하면 기초학문입니다. 그 기초학문에 대한 새로운 기반도 만들고 정부도 확실히 여기에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Q. 창조경제 많이 얘기하는데요. 시청자에게 창조 경제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팁을 하나 주신다면?

A 창조경제는 정부에 계신 분들도 서로 얘기가 다 다릅니다. 누구하나 이것이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정답을 얘기해주실 분은 안 계실 것 같은데 저는 창조경제는 정의할 수 없기 때문에 창조경제라고 봅니다. 요리책 수준의 지침서가 나오면 더 이상 창조가 아닙니다. 모든 분들이 사고나 활동에서 그동안 우리가 살아왔던 것 보다 많이 자유로워지면 좋겠다는 생각 하는데 어느 한 울타리 안에서 계속 창의적인 것을 하다보면 시간이 흐른 이후 창의적인 것이 나올 확률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그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을 한 번씩은 만져보고 그 안에서 울타리를 넘으면 갑자기 새로운 세상이 나타나잖아요. 결국은 분야 간의 만남이 중요하다는 거죠

Q. 정부가 국민 행복 시대를 모토 중 하나로 내걸었는데, 사실 역으로 따져보면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죠. 이런 시대적 과제, 어떻게 해결해야 될까요?

A. 우리 국민이 가진 게 아주 없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행복을 만족과 연결시켜 생각하면
만족하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글을 한번 썼어요. 미국 소설가가 쓴 소설인데 행복에 수학공식이 있다고 주인공이 말합니다. 성과를 기대로 나누는 기대분의 성과가 행복의 수학공식이래요. 우리 대부분은 성과, 결과물을 어떻게 크게 만들까에 모두 엄청난 노력을 하고 사는 거죠, 기대를 조금만 낮추면 답이 엄청나게 커집니다. 열심히 하되 조금은 욕심을 줄여가는 노력을 하셔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원래 시인을 꿈꾸셨다는데 어떻게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A. 중·고등학교 때는 시인으로 태어난 줄로 착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제도의 희생물이었습니다. 당시는 모두 이과 가던 시절이어서 배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이과생이 됐는데 그때는 참 불행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만큼 살고 나니까 제 인생 자체가 통섭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첫 단추를 잘못 꿰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제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준 멋진 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Q. 요즘 시대가 책을 잘 안 읽는 시대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가 인문, 창조 이야기 하면서도 사실 지식과는 멀어지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A. 최근 책에 관한 책을 몇 권 연달아 냈는데요. 통섭의 식탁이라는 책의 서문에 기획독서라는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책을 취미로 읽는다는데, 취미로 읽는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을까. 읽으면서 피식거리고 웃기나 한다면 말이죠. 책은 원래 지식을 전달하려고 만든 것인데 취미 독서도 중요하지만 기획 독서를 하셔야한다고 주장을 한 겁니다. 독서는 취미이기 이전에 일이어야 하거든요. 취미로 하려면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하실 수 있겠죠. 모르는 분야를 기획해서 공략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Q. 치열한 경쟁 속 국민들이 이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고 살아가야 할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신다면요?

A. 대학교수니까 사회로 진입하는 젊은 친구들한테 이야기를 할게요. 20세기를 대표하는 두 천재를 많은 사람들이 피카소와 아인슈타인을 꼽는다고 하죠. 피카소는 예술의 천재였고 아인슈타인은 과학의 천재인데, 실제 이 두 천재가 너무나 다릅니다. 아인슈타인은 야구 식으로 표현하면 타율에는 별로 관심 없지만 장외 홈런 두 번 때려서 유명해졌지만 피카소만큼 작품을 많이 남긴 화가가 없다고 합니다. 대학에 있어보면 학생들이 누구나 아인슈타인 흉내만 냅니다. 웅크리고 첫 타석에서 노벨상 받으려고 하고 만루 홈런 치려고 애쓰는데 저는 학생들에게 “네가 아인슈타인이냐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이렇게 말 합니다. 마지막 문장에 “나도 피카소처럼 살았는데, 열심히 뛰다보니까 어느 날 저만치 앞에 걸어가고 있는 아인슈타인 등이 보이더라”이런 글을 썼죠. 세상을 어렵고 크고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작은 일부터 열심히 하고 뛰면 언젠가는 나도 그들의 반열에 뒤꽁무니라도 따라간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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