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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이빨 드러낸 이케아, 가격ㆍ서비스 다 잡겠다는데..국내 업체는 '우물 안 개구리?'

김이슬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가 베일을 벗었다. 이케아는 올 연말 경기도 광명 1호점 문을 열기 앞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체험형 전시공간 '헤이홈'을 공개했다.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놀이공간인데 다음달에는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 문을 연다. 본격적인 '이케아 알리기'에 시동을 건 셈이다.

직접 찾은 이케아는 국내 보통 가구와는 사뭇 달랐다. 육중한 소파나 장롱 따위의 가구는 찾기 어려웠다. 눈에 띈 건 조립식 테이블이나 의자 같은 DIY 가구들이었다. 레이스로 휘감긴 조명이나 나뭇잎 모양의 테이블은 웬만한 인테리어 소품을 능가했다. 현재 이런 이케아 가구가 만 여종이 넘는다. 이케아 관계자는 "단 5분만에 조립을 끝낼 수 있을 만큼 간편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이케아>

이런 독특한 디자인의 가구들은 모두 '살림살이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이케아는 진출한 국가마다 직접 가정을 방문해 실생활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 똑같은 상품이 나라마다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유럽에서 파스타 삶는 용도로 사용되는 채가 중국에 와선 만두를 삶는 채로 바뀌는 식이다. 철저히 현지화 특성에 맞추겠단 유연한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가격'이다. 전시된 모든 가구에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싸다(price lower than you think)"란 문구가 적혀 있다. 실제 이케아 가구는 국내 경쟁업체보다 최대 50% 이상 싸다. 이케아는 직접 가구를 수취하거나 설치하는 모든 불편함이 모두 '가격 거품'을 빼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한다. 완제품 대신 납작한 상자에 부품을 담아 팔거나 매장 직원을 두는 대신 상세한 설명서로 대체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본격 영업 개시를 코앞에 둔 공룡 이케아는 이젠 '한국식 입맛'에 맞추겠다며 이빨을 드러냈다. 한국 고객이 원한다면 상품 배송과 설치 서비스를 기꺼이 해줄 의향이 있다는 것.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 등에 익숙한 국내 고객들의 취향을 이미 충분히 간파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격과 서비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국내 가구업계는 드디어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이케아가 경기도 광명 1호점을 위한 첫 삽을 뜰 당시부터 가구업계는 거의 뒤집히다시피 했는데 아직까지 국내 가구업계가 급히 꺼내든 카드는 '매장 키우기' 수준이다.

특히 한샘은 쇼핑센터급 대형 매장을 늘리는데 사활을 걸었다. 지난 5일엔 서울 서부권에 6번째 대형 플래그숍까지 개장했다. 이케아 1호점과 차로 불과 15분 거리에 있는 위치로 '길목 막기' 전략을 택한 셈이다. 리바트도 서울 도곡동에 대형 전시장을 세웠고, 2020년까진 이런 대형 매장을 1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샘과 리바트 가구 사진>

하지만 규모로 압도하겠다는 국내 가구업계의 전략은 어딘가 어설프다. 아직도 시장을 읽는 눈은 80년대에 갇혀 있는 걸까?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아직도 국내 소비자 취향은 30년 전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하나를 사더라도 무조건 '비싸고 좋은' 가구를 사는 오랜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런 시각 때문인지 한샘과 리바트는 가격 정책도 '고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값싼 이케아와 정반대로 프리미엄 고객들을 사로잡겠다는 공산이다. 저가 위주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도 내놓긴 했지만 이마저도 품질과 사후 서비스가 별로라는 소비자 불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내실은 그대로인데 외형만 키우겠다는 국내 가구업계의 대응에 소비자들이 언제까지 발맞춰줄 지 의문이다. 예전처럼 내수 시장만 보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안주해서는 당장 돌맞기 십상이다. 이케아에 터를 내준 마당에 '국내 소비자는 그래도 우리 편'이란 순진한 발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12월,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과연 누구의 편을 들어줄 지 심판의 날이 머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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