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은행 신뢰도...은행장 '전전긍긍'

< 앵커멘트 >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로 신뢰가 땅에 떨어진 대한민국 은행들. 어제는 전 은행장이 금감원에 불려가 '정신교육'을 받는 씁쓸한 모습도 연출됐는데요. 은행가에서는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어제(15일) 금융감독원장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은행장들에게 마치 최후통첩처럼 들렸습니다.

[싱크] 최수현 / 금융감독원장 (15일 은행장 회의 중)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금융회사와 경영진은 고객으로부터 외면 받게 되고, 시장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 퇴출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무관심하여 대형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경우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둡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분위기에서 금융사고가 한 번 더 터지면 은행장 자리가 위태로울 것이란 관측까지 나옵니다.

금융사의 자존심도 땅에 떨어졌습니다.

금감원이 사고 많은 금융사에 검사역을 상주시키기로 했는데, 이는 곧 해당 금융사가 공식적으로 '요주의 대상'에 오른다는 뜻이 됩니다. 그 첫 케이스는 국민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있는 대책은 강화하고, 없는 대책도 이것저것 만드느라 은행들은 분주합니다.

각 은행들은 대출 전결권을 대폭 축소하는 등 해외점포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사기가 의심되는 거래를 즉시 정지하는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을 조속히 도입하기로 했고, 고객정보 유출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신속히 보상하기로 했습니다.

안팎으로 터지는 사고에 수익성 걱정까지 더해지며 좌고우면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고 방지에 초점이 맞춰진 대책이 자칫 영업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걱정된다."고 전했습니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업. 하지만 땅에 떨어진 신뢰.

대한민국 은행과 은행장들은 '지금이 바닥이길' 바라며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입니다. (robin@m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