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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재난 후진국 대한민국..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강효진 기자

우왕좌왕..중구난방..

비통하고 분통한 건 사망, 실종 유가족 뿐이다.

진도 여객선 침몰 현장엔 승객뿐 아니라 재난 대응 매뉴얼도 실종됐다.
정부 고위 관료들은 첫날부터 제대로 확인도 안된 내용으로 실종 가족과 국민에게 사실과 정보를 전달했고 부처들은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너도나도 메가폰을 잡겠다고 나섰다.

사고 직후 안전행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해양 사고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 가동했다. 사고 현장 인명 구조와 사고 수습은 해양경찰이 맡았다.

이번과 같은 해양 사고 발생 시 정부 조직 간에는 역할 분담이 있다.

해양수산부의 '해양사고(선박) 위기 관리 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위기 발생 시 지휘 체계는
대통령-> 중앙안전관리위원회(국무총리)-국가안보실(위기관리센터)->중앙사고수습본부(해양수산부)-> 수색구조본부(해양경찰청)로 짜여져 있다.

안전행정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범부처 지원,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응 매뉴얼에 나와 있는 지휘 체계는 제대로 작동했을까.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사태 수습책을 마련하고 있는 사이 지휘권은 이미 안전행정부가 가져갔다.

안행부는 어제 오후 2시, 4시 반, 6시 사고 관련 브리핑을 열어 사고 현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탑승객은 477명이고 사망자 2명, 구조 368명, 실종자 107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다 4시 반 브리핑에선 구조자가 164명, 실종자가 293명이라고 수정했다.

2시간 만에 실종자가 200명 가까이 늘어났다.

안행부의 브리핑을 듣는 국민들은 답답했다.
사망자가 1명 발생하면 실종자수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인지, 추가 구조자 소식이 없는데 지나가는 어선에 의해 구조가 된 것인지 아닌지 등에 대한 질문에 "확인해서 확인대는 대로 알려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서울 회의실에 앉아 사고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지휘하는 해경의 보고에만 의존하다보니 정보에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전문성도 없는 안행부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대신 해양사고 지휘 메가폰을 잡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사고수습 본부가 여러 개 운영되고 있지만 탑승객 숫자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탑승객 숫자가 475명이라 최종 수정했지만 이마저도 추산에 불과하다.

청해진해운에서 집계한 수치가 이렇다는 것이지. 청해진해운의 카운트가 잘못됐다면 승객 수는 또 달라질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차량과 같이 탑승한 경우 인명으로 계산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탑승객은 현재로서도 추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해수부와 산하 기관인 해경의 손발도 맞지 않았다.

해경 수사본부는 사고 원인으로 세월호가 급격히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침몰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해수부는 "현재 사고 원인은 파악 중"이라고만 답했다.

기자들이 해경 사고 대응 매뉴얼과 항적 통제 자료를 요구했음에도 해수부는 관련 자료를 해경에 직접 요청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하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해경에 사고 조사와 수습 역할을 위임했기 때문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바다에선 실종자 수색에 나선 군경과 민간 잠수사 사이 협업이 제대로 안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렇게 부처별 각개전투를 하다가 사고 하루가 지난 오늘 오전에서야 정부는 범부처 사고대책본부를 진도군청에 설치했다. 총리가 모든 사고 수습 과정을 진두지휘한다.

정부의 사고 수습 역량을 현장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것인데 현장은 파도가 심해지고 바람이 거세져 상황이 더 나빠졌다.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 293명 사망, 1970년 남영호 침몰 326명 사망, 1967년 한일호 침몰사고 94명 사망..그리고 2014년 세월호..

터지면 대형 참사인 해양 선박 사고였지만 대한민국의 재난 대응 체계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과거 수준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음을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머니투데이방송 강효진 기자(standup@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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