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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상주검사역과 금감원의 '조바심'

권순우 기자

“그때 금감원 검사역이 예금 인출을 정지 시켰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 당시 말을 안해서 그렇지, 그 사람 손해배상 소송 당하고 난리도 아니었을 겁니다”

2011년 6월 부산저축은행에서 부당 인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금감원 고위 관계자의 말입니다.

영업정지가 예정된 부산저축은행 직원들은 VIP에게 전화를 걸어 예금 인출을 종용했습니다. 그 당시 부산저축은행에는 금융감독원에서 파견된 감독관이 있었습니다.

그 날 기사의 제목을 보면

“금감원 파견 감독관들 ‘뭘 감독했나’”
“새벽 3시까지 거액 빼가는데 금감원 직원 눈뜨고 뭐했나”
“금감원, '부패·무능의 진앙지' 오명”
“금감원 직원은 ‘그날 밤’ 도대체 무얼 한 건가”

피해자들의 분노 앞에 금감원은 공식적인 의견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정상적인 절차를 진행했다고 항변했습니다. 영업정지 이전에 저축은행에서 예금을 찾는 일을 감독관이라 한들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여론의 호된 질타와는 별개로 거대한 금융회사를 금감원 직원 한두 명이 통제하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반복되는 금융 사고에 대해 질타하고 ‘상주검사역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더 이상 금융회사를 믿지 못하겠으니 금감원이 직접 내부통제에 관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통화감독청은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산 100억 달러 이상인 대형 금융사 30여 곳에 건전성을 감독하는 검사역 20~30명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와 달리 금융사고가 많은, 말썽 꾸러기 금융회사에 한두명의 검사역이 파견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사고를 발본색원 하겠다는 금감원의 의지는 높이 사면서도 직원 한두명이 금융회사 가서 앉아있다 한들 무슨 실효성이 있을까 우려가 듭니다.

검사역이 상주하고 있는 동안 금융사고가 나면 금융감독원이 책임을 지게 될까요?

금감원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은행 지점에서 사고가 나는데 검사소에 앉아서 모든 것을 감독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이 직접 나서겠다는 엄포만 있을 뿐 상주검사역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정해진 바 없습니다. 권한과 책임, 업무범위 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주검사역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개선계획을 세우면 그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체크하는 수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징적인 의미는 크지만 국민들이 기대하듯 암행어사가 출도해 탐관오리를 때려잡는 화끈한 장면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상주검사역제도에서 금융감독원에 조바심이 느껴집니다.

금융회사가 스스로 사고로부터 고객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 FSB는 금융회사 경영진부터 말단 직원까지 본인의 위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인지하고 그에 맞는 행동양식을 갖추는 ‘리스크컬처’ 도입을 채택했습니다.

엄포와 강력 제재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금융사고를 방지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입니디다.

어린 아이 혼내듯 금감원이 직접 나가서 금융회사를 손보겠다는 ‘상주검사역’제도는 선진금융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에서 비효율적이고 촌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 금융당국을 불신하는 또다른 불씨가 될까 걱정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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