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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또다시 검사 대신 '협박' 택한 금감원

권순우 기자

<2013년 6월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조영제 부원장께서 ‘금융감독원은 검사로 말한다’ 이렇게 얘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검사의 결과로 말해야 되는 것이지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우선 BS지주 관련해서 심려를 끼쳐 드린 것을 상당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원장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신중치 못한 면에 대해서는 제가 주의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6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장호 전 BS지주 회장의 사퇴를 종용한 사건을 두고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최수현 원장이 사과한 내용이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6월 BS금융의 종합검사 결과를 CEO를 문책할 ‘꺼리’는 발견하지 못하고 CEO 리스크가 우려스럽다는 이유로 압력을 행사해 결국 물러나게 했습니다.

최수현 원장이 주의를 주지 않았는지 주의를 무시했는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금감원에서는 '법보다 주먹이 앞선' 일이 또다시 반복됐습니다.

이번 타깃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이었습니다. 문책경고를 받은 김 행장이 임기를 체우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곧바로 압력을 가한 겁니다.

금융감독원은 김 행장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제재내역을 조기에 공개했습니다. 그에 앞서 특정 언론을 통해 금감원이 무척 화가 나 있다는 심기를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김종준 행장의 잘못이 있다는 것은 이미 상당 부분 알려졌습니다.

2011년 9월, 하나캐피탈은 수많은 국민들을 피눈물 흘리게 했던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부당하게 지원했습니다. 대출로 해주려다가 안되자 이틀만에 투자로 선회하고 반드시 검토해야 할 평가 서류는 무시했습니다.

당시 하나캐피탈 사장이었던 김 행장에게 잘못을 묻는 것을 합당해 보입니다. 잘못이 있다면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금융당국의 몫입니다.

금감원은 김 행장의 행위에 대해 문책경고, 중징계 방침을 결정했습니다. 김 행장의 잘못이 반드시 해임해야 할 정도 수준이라면 해임권고를 했어야 합니다. 입으로 해임을 압박하는 모습은 검사 결과를 통해 제재근거를 입증하지 못한 금감원의 무능력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CEO가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으면 신뢰를 중시하는 금융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받습니다. 또 임기 후에 금융권을 떠날 것이 확정된 마당에 임직원들이 CEO의 지시는 말빨이 먹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징계를 받은 CEO는 통상 자진사퇴를 하곤 합니다.

단 그것은 금융회사와 본인 판단의 몫입니다. 감독당국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사하고 제재할 뿐입니다.

하나은행은 서슬퍼런 금감원의 칼날에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종합검사 결과, KT ENS 특별검사 결과, 외환카드 분할 및 합병 등 감독당국이 가진 칼에 긴장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깊은 한숨과 함께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것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규제까지 찾아내 개선하라고 했습니다. CEO의 목숨줄을 법적 근거도 없이 날려버려는 와중에 규제 완화가 무슨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금감원을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금융위원회도 금감원의 폭주에 당황스러운 표정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재 내용을 신속하게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진 않다”며 “규정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아침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고 받은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장도 모르는 사이에 금감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백주대낮의 '활극'을 바라봐야만 하는 마음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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