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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밥 한번 먹자"

이대호 기자

"밥 한번 먹자"

사회 생활하면서 이 말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얼굴 한번 보자'를 넘어 '힘내라' 혹은 '속마음을 이야기해보자' 등 참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지난달 하순, 하나금융지주 홍보팀에서 김정태 회장과 출입기자단 오찬 행사를 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시간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7월 3일.

보통 출입기자들의 일정을 고려해 보름 전에는 행사를 통보해주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엔 좀 갑작스러웠습니다.

하나금융 측은 "기자들과 편하게 밥 한번 먹자는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갑작스레 이뤄지는 기자간담회 아니, 오찬 행사에 '뭔가 있구나!'를 직감했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이 말하려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최근 하나금융을 둘러싼 가장 핫한 이슈는 외환은행-외환카드 분사, 하나은행의 KT ENS 협력사 사기대출,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거취 문제 등입니다.

그러나 카드 분사는 금융위원회 본인가만 남겨둔 상태고, 하나은행의 대출사기는 법정다툼이 진행 중인 일이고, 김종준 행장의 거취는 김 회장이 일절 언급하지 않는 이슈기 때문에 이건 메인이벤트가 될 수 없었습니다.

3일 뚜껑을 열어보니 김정태 회장의 키워드는 '하나은행-외환은행 조기통합'이었습니다. 자산 329조원(3월말, 자산총계+실적신탁)의 초대형 은행이 조기에 탄생할 수 있는 큰 이슈로, 공론화의 문을 열어젖힌 것입니다.

기자들이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론' 카드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하나금융그룹이 '카드사 통합'만 두고도 굉장한 잡음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주식교환 무효소송과 카드사 분할중단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걸었습니다. 금융위원회-하나금융지주 건물 앞에서 지속적으로 집회를 여는 것은 물론입니다.
노조가 전면에 내세우는 논리는 '2.17합의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2012년 2월 17일.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김승유)과 외환은행 노조위원장(김기철), 외환은행장(윤용로), 금융위원장(김석동) 등이 모여 외환은행의 독립경영과 관련한 합의를 했습니다. 임금과 복지 등 기존 근로여건을 보장하고, 인위적 인력감축은 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담겼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5년간 독립경영 보장'이었습니다.

노조가 이를 내세워 외환카드-하나SK카드 합병 추진도 극렬히 반발하는데, 김정태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은행 합병'까지 운을 띄운 것입니다.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죠.

그 바탕에는 저성장, 저금리, 저수익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합병을 통한 비용절감이 절실하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의 판관비율이 은행권에서 가장 높고 최근 실적이 매우 악화됐다는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습니다.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자사 경영상황도 "과거엔 좋았는데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된 뒤부터 악화됐다."며 "그 책임이 하나지주에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면 하나은행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도 주장합니다.

간극이 참 큽니다. 김 회장은 "차라리 요구사항이 있다면 협상을 해볼 텐데, 노조는 요구사항이 없다."며 "무조건 통합을 막겠다는 데 대화가 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간극을 좁힐 방법은 지주사에도 노조에도 없는 듯합니다.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밀어붙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소송들이 지난달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됐으니 말입니다. 노조의 오래된 투쟁에 염증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이 같은 결정에 한몫 했을 것입니다.

어차피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노조이니 아예 가장 큰 이슈로 정면 돌파하자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지주사가 2.17합의 '위반'은 '위법'이 아니라는 내용의 법리해석까지 받았다는 말도 나옵니다.

하나금융그룹은 과거 서울은행, 충청은행, 보람은행 등 다양한 M&A의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채널 갈등 없이 조직 문화를 빠르게 융화시킨 결과물도 자랑거리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자존심 강한 은행, 외환은행에게도 똑같이 통할 것이라는 생각은 자만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충분한 대화 없이 '하나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것은 과거 '단자회사(한국투자금융, 하나은행 전신) 마인드'라는 지적도 큽니다.

형식상 외환은행 노조의 대화 상대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입니다. 하지만 노조의 시선은 늘 지주사를 향해 있습니다. 김정태 회장은 이제 외환은행 노조에게 "밥 한번 먹자"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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