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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벼랑 끝에 선 팬택…누가 등을 떠미나

이규창 기자


↑팬택 이준우 대표가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채권단과 통신사에 "팬택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팬택이 한 발자국도 더 내디딜 곳 없는 벼랑 끝에 섰다. 협력업체에 준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500여개 협력사도 연쇄부도 위기에 몰렸다.

'워크아웃'으로 회생의 실마리를 잡았던 팬택이 다시 사망 직전에 몰린 이유는 뭘까. 이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우선 생사결정권을 쥔 1차 책임자 채권단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놨으니 자신들에겐 책임이 없다는 듯한 태도다. 채권단이 채권 3000억원을 출자전환 할 테니 통신사도 18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팬택의 단말기를 일정수량 이상 사달라는 내용이다.

통신사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팬택의 부양 의무를 떠넘기니 좋고, 거절해도 "통신사가 팬택에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몰아세울 핑계가 된다.

공을 넘겨받은 통신사도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 통신사에 부담을 떠넘기는 '경영정상화' 방안에는 응할 생각이 없지만, 그렇다고 'No'라고 선뜻 입장을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을까 걱정이다.

한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정말 팬택의 회생을 원했다면 자신들이 먼저 출자전환을 하고 동참을 요청하는게 순서"라며 "살리든 죽이든 결정권과 책임은 채권단에 있는데, 제 손에 피묻히기 싫다고 절벽에서 등떠미는 역할만 통신사에 넘긴 꼴"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래서 통신사가 찾은 답은 '복지부동' '묵묵부답'이다. 자신들은 답을 하지 않을 테니, 채권단이 알아서 하라는 거다. 채권단은 8일까지 답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다 통신사의 이런 태도에 14일까지 답변시한을 연기했고, 오늘까지도 답을 주지 않으니 또 다시 "시간을 더 줄" 모양새다.

이쯤 되면 과연 이들에게 팬택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워진다. 휴대폰 판매점과 협력업체들은 자신들도 고통을 분담할 테니 팬택을 살려달라고 읍소하지만, 그 호소는 답 없는 메아리다.

이 상황에서 중재자로 나서줘야 할 정부도 보이지 않는다. 통신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문의하니 기업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모르쇠다. 팬택 사태와 관련해 대책 회의조차 한 번도 소집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래부는 이렇게 뒷짐을 져도 괜찮은 걸까. 1~2월에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회생의 실마리를 잡았던 팬택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건 미래부가 통신3사에 내린 사상 최장기간 영업정지였다. 이 기간 통신사는 마케팅 비용이 줄어 오히려 이익을 봤고, 팬택과 판매점 등 중소기업들에 피해가 집중됐다.

정부는 이 같은 사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영업정지 이전에 업계와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지적하고 대책을 요구했고 미래부도 그 피해를 감안해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당시 미래부가 내놓은 대책이란 이통3사 CEO들에게 "제조사와 유통점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당부하는 것이전부였다.

팬택의 등을 떠밀고 있는 건 과연 누구일까?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모두 "내 책임이 아니다"며 말 한 마디, 문서 한 장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애쓰고 있다.

게다가 이 와중에 팬택 임직원들에겐 씁쓸한 소식이 들려왔다. 팬택 창업자 박병엽 전 부회장이 반도체 회사를 인수해 재기를 노린다는 소식이다.

박 전 부회장은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팬택씨앤아이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반도체 검증업체 큐알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팬택이 경영난으로 위기를 겪는 동안 박 전 부회장은 팬택과의 거래를 통해 개인회사인 팬택씨앤아이를 키워 자금을 마련했다.

장기 무급휴가 등으로 회사의 고통을 분담해온 팬택의 임직원들은 채권단과 통신사에 "살려 달라"고 읍소하고 있는데 창업자는 또 다른 회사 인수에 나선 이 상황, 무어라 표현하면 좋을까.

제 살 길을 찾아 떠난 창업자, 서로 부양 책임을 떠넘기는 채권단과 통신사, 모른 체 뒷짐을 진 정부…이들이 팬택의 등을 떠밀어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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