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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펀드 시장은 '도둑 소굴'? 아니면 금감원의 오버?

권순우 기자



금융감독원이 충격적인 자산운용사 현장 점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 사실을 발표해도 될까 고민 많이 했다"고 할 정도로 참담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펀드 계좌는 1148만개. 펀드는 대한민국 모든 가정이 한개 이상 가입했을 정도로 대중적인 금융 상품입니다. 전 국민의 재산을 관리하는 펀드 운용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금감원 발표 내용을 하나 하나 뜯어 보겠습니다.

#1.
펀드 매니저들은 고객 자산을 가지고 투자를 합니다. 주문을 내면 브로커가 매매를 하고 공정하게 배분을 해야 합니다. 법규에 따라 운용 시스템도 그렇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매니저들은 사전에 브로커들과 짜고 수익이 난 재산은 소수의 우수 고객들에게, 손실이 난 재산은 대다수의 일반 고객들에게 배분을 했습니다. 사실상 대다수 일반 고객들의 돈을 훔쳐 소수의 우수고객에게 전해준 겁니다.

#2.
펀드 회사의 임직원 다수가 차명계좌로 주식을 샀습니다. 그리고 펀드 고객들의 재산으로 주식을 사서 가격을 끌어 올렸습니다. 그리곤 차명계좌의 주식을 팔아 챙겼습니다. 고객의 돈을 본인 주머니에 넣은 것과 다름 없습니다.

#3.
자산운용사들은 '을'인 증권사에 ‘갑’질을 하며 향응을 받고 미공개정보를 받아 불법 주식 거래를 했습니다. 또 펀드 회사보다 ‘갑’인 모회사나 기관 투자자에게는 수수료를 덤핑해주고 따로 펀드를 관리하며 일반 투자자의 수익을 넘겨줬습니다.

자산운용업계에 괴담처럼 떠도는 불법 행위가 금감원 간담회에서 발표됐습니다. 누구나 다 상상은 해봤지만 ‘그렇게까지야 하겠어?’하는 수법들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듣던 내용에 대해 이번 검사에서 메신저까지 조사해 증거를 찾아냈다”며 “자산운용사들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개인이나 개별회사 차원의 꼼수가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벌어졌다는 점입니다. 금감원의 발표만 보면 자산운용 업계는 최소한의 도덕성도 없는 범죄자 소굴입니다.

그런데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어야 할 자산운용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의 '오버'가 도를 넘었다는 겁니다.

이번 발표에서 금감원은 '관행적으로 광범위하게', '조직적', '법규 무력화', '중대한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의 표현으로 자산운용업계를 묘사했습니다. 법을 어긴 금융회사가 어딘지에 대한 언급도 없이 모든 업계를 싸잡아서 범죄인 취급하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일부 채권 펀드 매니저들의 불법 행위가 있었지만 모든 자산운용사에 문제가 있다가 성급하게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자산운용업계의 반발은 최근 금감원의 시끌벅적한 검사권 활용에 대한 금융권의 반발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KB금융 제재 지연, 감사원 동양사태 감사 등으로 수세에 몰린 금감원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산운용업계를 타겟으로 삼은 것”이라며 “최수현 금감원장이 신임 경제부총리의 취임을 앞두고 성과를 보이기 위한 검사가 아니었나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미래에셋·KB·한화·대신·브레인·이스트스프링·교보악사자산운용에 대한 검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르면 다음달 제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제재 절차가 완료되면 어떤 회사의 어떤 사람이 그런 몹쓸 짓을 했는지 명백하게 드러날 겁니다.

그와 함께 정말 펀드 시장이 '도둑소굴'인지, 아니면 조자룡 헌칼 휘두르며 금융권을 피멍들게 한 금감원의 오버 인지도 밝혀질 겁니다.

그리고 정말 도둑 소굴이었다면 그동안 도둑 소굴을 방치해온 감독당국으로 화살이 돌아갈 겁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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