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현장+] 가격 인상 눈치보였나?... 딱 한시간만 공짜커피 뿌린 스타벅스
별다방 '공짜커피' 대란 임박 20분 전. "아니, 생각보다 한산하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은 평소와 다름 없었다. 카운터 앞에 줄지어선 사람들로 인해 정신없이 바쁠 거란 내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비가 내리던 아침과 달리 갑자기 닥친 찜통 더위에 '대란'도 녹아내렸나 싶었다.
그런데 이건 굉장한 착각이었다. 대란 10분 전, 스타벅스 매장 앞은 땡볕 아래줄지어선 인파로 들끓었다. 매장 직원들은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풀어줄 공짜 커피를 분주하게 나르고 있었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서 '공짜커피' 행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서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5일 15주년을 기념하고자 '공짜' 마케팅을 내걸었다. 당일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시간만 아이스커피를 무료로 나눠주기로 한 것. 비슷한 방식으로 50% 반값 할인을 하거나 앞서 사이즈 업그레이드 혜택을 내놓은 적은 종종 있었지만 공짜로 거저 준 적은 드문 경우다.
다소 뜬금없는 친절(?)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이유없는 친절에는 이유가 있다. 스타벅스의 공짜커피 이면에는 '가격 인상' 논란을 딴 데로 돌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확히 9일 전,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 등 23종 커피 가격을 100~200원으로 일제히 올렸다.
가격인상의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난여론이 일었다. 임대료 상승과 원가 부담 등을 이유로 커피값을 올렸지만 빈약한 근거는 감출 수가 없었다. 스타벅스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꼼수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스타벅스 임차료는 전년보다 162억원 증가했지만 오히려 매출액은 912억원 올라 매출대비 임차료 비중은 감소했던 것이다. 커피 원재료인 생두 가격이 2년 전과 비교해 10% 이상 대폭 떨어진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스타벅스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전 예고없이 일주일간 '무료 사이즈 업'도 해줬지만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는지 1시간 동안 공짜 커피행사까지 진행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미국에서도 똑같이 공짜 마케팅을 하지만 한국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7월4일 미국 소비자에게도 공짜 커피를 쐈다. 독립 기념일만큼은 정치 당파성을 잠재우자는 취지에서다. 일종의 '사회공헌'인 셈인데 여론무마용인 한국에서의 쓰임과 차이가 난다.
일단 가격 올려놓고 공짜커피로 땡볕 아래 소비자를 줄세운 스타벅스. 슈퍼마리오 피규어 갖다놓고 자정부터 기습 행사로 소비자들을 농락한 맥도날드. 고객 줄 세우기에 너무 익숙해진 글로벌 업체들의 행태는 저절로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