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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천송이 코트만 팔면 그만?…우물에서 숭늉 찾기만

권순우 기자


때 아닌 ‘천송이 코트' 팔기 캠페인이 금융당국에서 펼쳐졌습니다. 천송이 코트를 못 팔면 큰 일 날 기세입니다.

금융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8일 금액에 상관없이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하고 PG사가 신용카드 정보를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내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규정은 개정됐는데 대부분 카드사가 공인인증서를 요구해 현장에서 변화를 못느낀다”고 지적 한지 4일만입니다.


지난 3월 “중국인들이 ‘천송이 코트’를 사고 싶어도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매에 실패했다고 한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천송이 코트' 논란의 시작이었습니다.

10년 넘게 대한민국 보안 산업 발전의 장애물로 여겨졌던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폐지됐습니다.

그런데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에 반대해오던 IT 업계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습니다. IT업계는 그동안 정부가 특정 보안기술을 강제하는 바람에 급변하는 보안 환경에서 창조적인 기술발전이 가로막혔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정부는 보안을 이유로 그들의 말을 들은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정부의 돌변에 IT업계 관계자는 "십 수년간 벽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가 갑자기 준비도 없이 전격적으로 제도를 바꾸고 기술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공인인증서외에 다른 인증방식은 사용할 수 없으니 당연히 다른 인증 기술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규제가 없어졌다고 기술이 하루아침에 생겨날 리도 없습니다.

간편결제의 대명사인 '페이팔'을 예로 들며 PG사에 개인정보를 넘기겠다고 합니다. ‘페이팔’은 희대의 천재 엔론 머스크가 이베이에 1조 8000억원에 매각한 기술입니다. 그런 고도의 보인기술을 하루 아침에 만들어내라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요.

규제 개혁 후 3개월 만에 시장이 안 생겼다고 지적하는 박 대통령이나, 박 대통령 한 마디에 지금까지의 논의는 깡그리 무시한 금융당국의 모습을 보며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물 좀 떠 볼까 하는데 숭늉부터 찾는 금융당국의 호들갑에 정보 유출의 책임을 져야 할 신용카드업계의 부담은 커졌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보다 더 열악한 PG사에 개인정보를 넘겼다가 유출되면 또 카드사보고 책임지라고 할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표시했습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정보유출 공포에 몰아넣었던 1억건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한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공인인증서 폐지는 새로운 보안기술이 도입되는 시작일 뿐입니다. 규제가 틀어 막고 있던 기술 개발이 활발해 지고 그 결과로 편리하고 믿을 수 있는 인증기술이 나타날 겁니다. 준비되지 않은 보안해제는 국민들이나 카드업계, IT보안업계 조차도 정보 유출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한 미국 전자기기 사이트에 낯선 한국말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내에서 12만원에 파는 아이폰용 스피커를 이 사이트에서 15달러에 판다는 소문이 나자 한국 사람들의 주문이 폭주했습니다.

당황한 사이트 운영자는 급하게 구글 번역기로 한국말을 번역해 "한국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라고 어이없어 했고 많은 네티즌들을 즐겁워했습니다.



이처럼 IT 기술의 발전은 국경을 허물고 우리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규제완화는 기존의 규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서 재능있는 사람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현실을 무시한체 이뤄지는 규제완화는 그 자체로 또다른 규제가 됩니다. 보안도 중요하지만 IT 기술의 발달과정에서 공인인증서 폐지는 시간 문제였습니다. 공인인증서만 고집하며 보낸 긴 세월 동안 정부가 공인인증서 이후의 정보보안에 대한 계획을 세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규제 완화의 목적이 한 여름에 천송이 코트를 파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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