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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65조원 규모 2차전지 시장 코앞...특허소송에 발목잡힌 한국기업들

염현석

◆LG화학의 미국 홀랜드공장 임직원들이 최초 생산 전기차 배터리 셀을 검사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2차전지를 놓고 국내외에서 특허공방전이 한창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2차전지 시장에서 업체들이 기술 선점을 통해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2차전지 특허소송은 모두 3건으로 미국의 분리막 제조업체인 셀가드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소송을 제기했고 국내에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3건 모두 2차전지 구성요소 중 분리막에 관한 특허 때문에 법정까지 갔다.

2차전지를 구성하는 다른 부품들도 많은데 유독 분리막에만 소송이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2차전지 핵심소재 중 유일하게 분리막만 '제품'의 특성이 있어 특허 침해 여부를 따지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2차전지는 분리막과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등 4대 핵심소재로 만들어진다.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의 경우 구성 물질들의 비율이 조금만 바꿔도 특허법상 다른 물질로 인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특허소송을 진행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리막은 코팅한 비닐 '제품'이기 때문에 기존 코팅 기술보다 의미 있는 진보성을 가지지 못하면 특허 침해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05년부터 LG화학에 분리막 베이스 필름을 납품하던 셀가드는 LG화학의 코팅기술이 자사 특허와 비슷하다며 소송을 걸었다.

LG화학이 사업 경쟁력과 안정성 강화 차원에서 자체 분리막을 개발해 작년 7월부터는 셀가드와 거래를 중단했는데 LG화학이 개발한 분리막 코팅기술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특허 기술과 비슷하단 것이다.

코팅 기술이란 게 비닐에 얼마나 매끄럽게 코팅 물질을 입히고 전기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일정하게 만들었느냐는 것인데 문제는 판단 기준이 정확하지 않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워낙 신사업이다 보니 전세계 법원에서 명확하게 판결한 선례가 없어 일단 비슷한 기술이라고 생각되면 무차별 소송을 제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리막은 2차전지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핵심소재인데 소송이 계속되고 있어 자체 개발하고도 상용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송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급하느니 차라리 외부에서 분리막을 구매하는 게 오히려 이득이란 것이다.

2차전지 기업들이 분리막 개발과 구매 혹은 특허공방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동안 특허 선행기술을 조사하는 업체들은 오히려 바빠졌다.

한 화학전문 변리사는 "2차전지와 관련된 외국 기업에서 국내 기술들에 대한 사전조사 문의가 많다"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이외에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 선행조사가 한창이다"고 말했다.

이어 "특허소송에 앞서 대상 업체들의 기술을 파악하기 위한 성격"이라며 "조만간 다양한 형태의 2차전지 특허소송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2020년 65조원 대로 커질 2차전지 시장을 두고 원천 기술을 가진 외국 기업들이 국내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2차전지와 같은 신사업들은 시장을 선점하더라도 개발한 기술을 지키고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모래성과 같다.

머니투데이방송 염현석(hsyeom@mtn.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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