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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최경환 열받게 한 기재부 직원들의 '멘붕' 사연

강효진 기자



문은 장관이 열었습니다.


대문을 열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직원들의 멘붕 사연들이 날아들었습니다.

어제, 기획재정부 업무 효율화를 위한 끝장토론 자리에섭니다.


◆ 최경환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라..찍히는 거 없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토론에서 직원들에게 '무장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허심탄회'란 말도 썼고 '적나라하게'란 표현도 사용했습니다.
결정적인 한 수로 "괜히 찍히는 거 아냐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이야기해달라"라고했습니다.
모두 직원들의 불만과 고민을 날 것 그대로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본인도 시원한 일갈과 함께 무장을 없앴습니다.
"단언컨대, 이 자리에는 직급도 없고 부서 간 칸막이도 없습니다.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기억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분 한분의 메시지는 끝까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 그렇다면 장관은 들으라..쏟아지는 하소연

멍석을 깔아준다 해도 간부와 상사 앞에서 제대로 말을 못하는 게 대한민국의 공무원이고 회사원인 것은 잘 알려진 바지만 때론 '정직하고 순진한?' 이들이 게 중에 있기 마련입니다.
어제 자리에서도 용기 있는 한마디가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다음은 한 과장의 멘붕 사연입니다.

"취임하자마자 매주 하던 확대간부회의를 월 2회로 줄이겠다고해서 전직원이 환호했다.
확대간부회의할 때마다 사무관, 주무관 등이 자료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는데 업무 부담 줄여줘서 감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뒤 회의는 안해도 자료는 만들어라는 지시에 멘붕이었다"

한 사무관은 다른 길로 내질렀습니다.

"적나라하게 할말은 다 하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말씀드리겠다. 먼저 보고의 첫단계가 부총리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국장 찾으려고 비서에게 물어보고 과장찾고. 두분 다 서울에 있으면 찾기 어렵다. 소재 파악이 안된다..실무자 입장에서는 '술래잡기'다."

한 직원의 참았던 목소리는 곧바로 위를 향했습니다.

"베스트 상사, 워스트 상사하지만 피드백이 안되고 있다.
상사의 인품과 업무능력에 대해 직원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간부들이 그것에 대해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베스트 워스트 상사에 대한 장관님의 피드백이 있어야 할 듯 싶다"고.


◆ 책임 회피성 보고..기재부 내 보신주의에 대한 지적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재부 내부의 보신주의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질타했지만 사실 보신주의는 정부, 기업할 것없이 어떤 조직에나 묵직한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이번 기재부 업무 효율화의 목표는 불필요한 보고 시간과 보고 건수를 1/3로 줄이는 데 있습니다. 한 직원은 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보고가 어느 순간 책임회피의 방법으로 변질됐다. 내가 책임지기 두렵다. 그래서 위에 보고했으니 위에서 책임져야지 하는 마인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임있는 자세로 보고한다면 이것은 내가 맡겠다는 자세로 보고한다면 보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보신주의는 조직 전체의 효율화를 방해합니다.
기재부 한 국장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간부회의에서 질문에 답을 못하면 창피하다..그래서 보고할 자료를 많이 준비해가고 다른 보고보다 제 보고 걱정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즉 회의를 해도 다른 부서 이야기는 귀에 잘 안들린단 소립니다. 그러니 다른 부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든 관심이 없어지는 건데 이러면 조직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힘듭니다.

최경환 장관이 연출한 어제의 끝장토론은 장장 4시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토론이 끝났으니 요약된 토론 보고서가 생산될테고 각 부서별로 구체적인 행동 전략과 실천 방안도 나올 겁니다.

문제는 보고서가 보고서로 끝나고 실천 방안이 방안으로 끝나지 않아야 하는 점입니다.
최 부총리가 멍석을 깔아주며 '한분, 한분의 메시지를 끝가지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으니 행동도 뒤따를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게 되면 글 처음에서처럼 시작은 장관(長官)이었나 끝은 장관(壯觀)이 되겠지요.

머니투데이방송 강효진 기자 (standup@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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