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 우후죽순 뛰어든 제습기 시장 과연 누가 살아남나?

이유나

"제습기 판매요? 지난해보다 50% 정도는 덜팔린거 같은데요?"

서울 한 가전매장의 판매부장은 올 여름 비가 오지 않아 제습기 판매가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제습기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공급량을 늘려왔지만, 과열된 경쟁과 마른 장마 등의 이유로 오히려 재고부담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제품을 30~50%가량 할인해서 판매하거나 TV나 에어컨 구매시 증정상품으로 제습기를 주는 등 재고처리에 발벗고 나선 상황.

지난해 제습기 시장규모는 약 130만대 정도로 2012년(40~50만대)에 비해 두배 넘게 급성장했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습한 날씨가 이어지자, 오히려 물량이 부족해서 못팔 정도였다.

이에따라 위닉스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습기 업체들은 올해 일찍부터 공급량을 늘려왔다.

3월부터 일찍이 예약판매를 진행하는가 하면 공장을 24시간 풀가동시켰고, 탤런트 조인성과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축구선수 손흥민 등 광고모델을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기술장벽이 낮은 탓에 중견·중소가전업체들도 너나할 것없이 제습기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업계 1위로 꼽히는 위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LG전자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 총 40여개 업체들이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올해 6~7월에 예년만큼 비가 오지않으면서 제습기 판매량은 급감했고, 8월 중순인 현재 더위마저 꺾이면서 사실상 올해 제습기 시장은 종료된 상황이다.

제조업체들은 "지난해보다 더 잘팔았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팔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유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전체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30%가량 밑도는 약 100만대 수준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신규진입했던 중견·중소기업들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형식으로 대기업의 일을 받아해온 협력업체들의 경우, 투자비용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업 제습기를 ODM으로 생산해온 한 협력업체 대표는 "제습기가 판매되지 않아 기존에 계약해 생산했던 물량이 고스란히 재고로 남게됐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황이 나을 것이란 분석과 함께 우후죽순 늘어났던 업체들이 부진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제습기 업체관계자는 "올해 시장이 자연스럽게 축소돼 내년에는 경쟁력을 갖춘 제품들만 시장에 남게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너무 많은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불필요한 경쟁을 벌여왔던 제습기 시장.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게을리한 채 인기에만 편승해 무작정 뛰어든 대가를 상당수 기업들이 톡톡히 치를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방송 이유나 기자(ynalee@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