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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영화 찍는 국민은행, 공연하는 외환은행?

이대호 기자

요즘 서울 명동거리에는 한국사람 반, 외국사람 반입니다. 길거리에서는 한국어만큼이나 중국어가 많이 들립니다.

그런데 외국인들한테 보여주기 민망한 모습이 명동 금융권에서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각종 금융사고와 현안에 따라 노사 관계가 악화된 시중은행에서 노조의 집회 시위가 잦아졌기 때문입니다.

1층에 국민은행 명동 본점을 둔 KB금융지주 건물 로비에는 지난 7일 천막이 세워졌습니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동반사퇴를 주장하는 노조가 천막농성을 시작한 것입니다.

스피커를 통해 매일같이 울려퍼지는 노동가는 국민은행 명동 본점을 찾은 고객들을 불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주변을 지나는 외국인들의 눈동자를 크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나마 천막을 길거리가 아닌 로비 안에 세운 것이 다행이라 생각될 정도입니다.

지난 20일 저녁에는 외환은행 본점 앞을 지나는 외국인들이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조가 대규모 집회를 벌인 자리였습니다.

외국인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노조원 천명 이상이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앉은 모습을 구경했고, 한국 지인으로부터 이게 무슨 일인지를 설명 듣는 외국인도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집회용 무대 설치를 보며 "여기 무슨 공연하나봐" 하던 행인들의 목소리는 기자에게 쓴웃음을 짓게 했습니다.


지난 20일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반대' 집회 (MTN 뉴스영상 캡쳐)

이런 일은 여의도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이사회가 주전산 시스템 교체와 관련된 갈등으로 밤샘 회의를 열던 지난 5월 30일.

어두운 밤거리, 국민은행 본점 로비만 환하게 밝혀져 있고, 방송사 ENG카메라가 즐비해 있자, 지나가던 사람들은 "여기 영화 찍나봐" 하며 웅성대더군요. "김연아 왔나봐"라는 소리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실소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로비에는 노조의 천막이 설치됐고, 매일 아침 노동가요가 울려 퍼집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는 현대증권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어 이 동네 분위기가 말이 아닙니다.

물론, 노조의 합법적인 쟁의행위는 보장돼야 합니다. 노조가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도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은행들이 계속되는 금융사고와 노사 마찰로 스스로 이미지를 실추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쓰라립니다.

취재 현장에서 더 이상 낯부끄러워질 일이 없기를 소망해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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