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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2인자 설움 3년' 임영록...1인자 된 지금은

이대호 기자

"인간 임영록이니까 버틴 거다."

지난해 7월, 임영록 당시 KB금융지주 사장이 회장직에 오르자 그를 잘 아는 한 고위급 인사가 그를 평가하며 한 말입니다.

임 회장은 어윤대 전 회장 밑에서 3년이라는 시간을 사장으로 보냈습니다.

말이 사장이지, 주요 결재 권한도 주어지지 않은 자리였고, 자신을 따르는 직원도 몇 안됐다는 점은 이미 금융권에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어윤대 전 회장이 면전에 대고 "당신 나가라"고 했다는 일화도 유명합니다.

자신이 앉힌 인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선임된 '빽'이 달랐다는 이유로 임영록 당시 사장은 어 전 회장 밑에서 미움과 설움의 3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그가 직원 2만 5,000여명을 거느린 회장 자리에 올랐으니 주변의 평가는 과장 조금 보태 '인동초'에 가까웠습니다.
(왼쪽)사장 시절 주주총회에서 어윤대 당시 회장 뒤를 따르던 임영록 회장, (오른쪽)지난달 22일 템플스테이 시작 전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함께한 모습.

이제 1인자가 된 그는 공교롭게도 그룹 내 2인자와 마찰을 겪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주전산 시스템 교체 방식을 두고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벌써 1년 가까이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까지 초대(?)를 받을 정도로 간극이 큽니다.

물론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업무에 관한 것"이라며 직접적인 갈등은 없다고 해명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뭅니다.

오죽하면 "둘 중 하나가 나가야 이 싸움이 끝난다." 혹은 "둘 다 나가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까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제재심의위원회가 내린 '경징계' 결정을 선뜻 확정하지 않는 것을 두고도 여론은 두 사람에게 불리하게 돌아갑니다.

"경징계를 확정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들 싸우면서 '중징계 주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닙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언론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손톱 긁는 소리만 나도 유리가 깨졌다고 소문납니다.

짧지 않은 시간 지켜보니 두 사람은 자진사퇴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물론 이건호 행장이 1일 본인의 거취를 이사회에 맡기겠다고 밝혔지만, 경징계가 확정되면 이사회가 이 행장을 해임할 명분이 없습니다. 이 행장도 이를 잘 알고 있겠죠.)

사실 KB금융그룹 차원에서 가장 우려했던 것이 두 사람 모두 '경징계'를 받는 '임경이경' 시나리오였습니다. 두 사람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이유에섭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된 지금,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공존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 거립니다. 지난달 22일 '화합을 도모'하겠다던 그룹 경영진 템플스테이 행사에서도 사단이 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공존을 하려면(독하게 말해 둘 다 살려면) 임 회장이 먼저, 지속적으로 포용해야 합니다.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인정할 것(주전산기 교체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지주사 임직원 관리 부실 등)은 인정하고, 얄미운 점(이 행장의 원리원칙주의)이 보이더라도 불의가 아니라면 눈을 감아줘야 합니다.

먼저 손을 내밀고, 상대가 뿌리치기 전에는 손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템플스테이에서 스님이 강조하신 말씀이 '하심(下心)'이라고 들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스님도 KB 관련 기사를 좀 읽으신 모양입니다. 그 말씀대로 아랫사람보다 더 낮은 곳에 마음을 내려놓기를 바랍니다.

사장 시절 2인자로서 설움 받은 3년.

그 시간을 '포용의 리더십'으로 승화시킬 것이냐, 전임자와 똑같이 2인자와 갈등이나 벌이는 시간으로 반복할 것이냐. 임 회장 생각과 실행에 달렸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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